2021년 2월 3일 수요일

[범용기 제1권] (47) 미국 3년 - 웨스턴의 초년

웨스턴의 초년

 

가을 새학기에 나는 프린스톤을 떠나 피츠버그의 웨스턴 신학교에 갔다.[1] 아예 낮추 붙어 2학년에 등록했다. 학비, 기숙사비 모두 면제고 장학금은 프린스톤보다 백불 더한 삼백불이다. 식비만 있으면 된다. 내가 번 돈 삼백불이 일용할 양식을 보장할거라 믿어 맘 든든했다.

기숙사 룸메이트는 만우. Everything O.K.라고 느꼈다. 을 하나님으로 믿는 마모니즘[2]이 발전하는 경로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새 양복 사 입고 그 돈 삼백불을 양복바지(줄달린 시계 넣는) 작은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운타운을 거니다가 와보니 돈이 없다. 어디서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나는 내 침실에 몸을 던지다시피 쓰러졌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쳤다. 실물(失物)이 그렇게까지 가슴 아픈 줄은 미처 몰랐다. 만우가 들어와 어디 아프냐?기에 이야기 했더니 입맛이 쓴지 에잇!하고 나갔다.

 

마침 기숙사 식당에서 웨이터하기로 됐던 미국 학생 하나가 사정으로 못오게 된 때라, 그 자리에 내가 들어갔다. 그래서 식비는 면제, 과를 엇바꾼 셈이다. 식당일이래야 식사시간 10분전에 들어가 테이블 셑하고 식사는 같이 먹고 식사 후에 접시 등을 띠쉬와시부에 갖다 놓으면 그만이다. 그 동안이 약 오분 정도다.

이건 졸업 때까지의 항구직업이었다.

 

내가 2학년에 등록한 것은 칭호보다도 실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언더그래쥬에잇과목을 주로 택했다.

만우형은 신학부분에서 Master코스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일년 동안 같이 있었다. 그는 학문적으로 꼬치꼬치 파고드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는 것이었다. 여전히 재치있고 명랑하고 친구 잘 사귀고 엉터리 영어로서도 곧잘 농담하고 - 그래서 사람들을 웃기고 했다.


[각주]

  1. 1785년에 시작된 웨스턴신학교는 미국 장로교회 직영 신학교 중 하나로 학풍은 대체로 학문적인 진실과 목회적인 경건을 겸한 곳이었다. 웨스턴신학교는 북미연합장로교회(United Presbyterian Church of North America)와 통합되었고 1958년 피츠버그 크세니아시학교와 통합, 그 후 1959년 피츠버그 신학교로 개편되었다. 현재 피츠버그신학교는 미국장로교회(P.C.U.S.A) 소속 중 한 신학교이다. 고지수, 김재준과 개신교 민주화운동의 기원, 도서출판선인, 2016, 73.
  2. 맘모니즘(mammonism) -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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