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5일 금요일

[범용기 제2권] (10) 해방 직전 “일제”의 발악상 - 전성천 전임강사

전성천 전임강사

 

전성천[1]은 경북 출신으로 일본에서 중학을 마치고 청산학원 신학부 예과[2]와 본과를 차근차근 밟아 졸업하고 서울 남대문교회 전도사로 있었다.

그런데 서울 최석주[3] 목사가 동경교회 목사로 있을 때, 주일학교에서 조선역사를 가르쳤다는 트집으로 서대문서에 구속 감금됐다.

그 당시에 아오야마 신학생으로 있었던 전성천은 최석주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기에 증인으로 불려 간 것이었다.

그는 모른다”,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고문이 시작된다. ‘비행기 태운다.’ 어깻죽지가 빠지고 기절한다. 내려놓고 냉수를 끼얹는다. ‘이 청취서에 도장 찍으라고 다시 조른다. ‘나는 거짓증거 못한다고 또 거부한다. 다음은 물을 먹인다. 백지로 얼굴을 덮고 그 위에 걸레 빤 흐들흐들[4]하는 물을 퍼붓는다. 숨 쉴 때마다 들이마신다. 배가 태산처럼 부푼다. 또 기절한다. 세멘바닥에 눕혀 놓고 구두발로 마구 밟는다. 물이 쏟아져 나온다. 정신을 차린다. 또 도장 찍으란다. 거절한다. 벌거벗겨 얼음으로 잰 도롬통[5]에 넣는다. 사지가 뻣뻣하게 언다. 끌어내서 또 도장 찍으라고 조른다. 또 거부한다.

그들은 서장에게 보고한다. 서장이 들어오란다. 서장은 잘 차린 식사를 같이 나누면서 친절하게 바른대로 말하란다.

나는 배를 가르는(切服, 일본무사들이 흔히 자랑삼아하는 자살방법, 소위 세뿌꾸란 것이다) 한이 있더라도 거짓증거는 못하겠소!” 했단다.

서장은 집에 돌아가라고 말한다.

너는 일본서 중학, 고등학교, 전문학교를 마쳤기 때문에 일본 기질이 박혀 버렸다. 조선 사람은 목을 잘려도란 말을 하지만 배를 가른대도란 말을 못한다. 습속[6]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기질이 박힌 사람은 고문해도 별 수 없다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석방됐다는 것이었다. 최석주 목사는 뺨 한 번 맞은 일이 없다고 했다.

전성천은 풀려나왔지만, 남대문교회 전도사 자리는 없어졌다. 여섯 달이나 자리를 비웠으니까.

나는 조선신학원 전임강사로 일하라 했다. 그는 충성스레 봉사했다.


[각주]

  1. 전성천(全聖天, 1913~2007) - 일제강점기의 목회자, 신학자, 언론인, 정치가. 호는 하은(霞隱). 경북 예천 출신으로 일본 아오야마(靑山) 신학부를 졸업(1940), 미국 프린스턴에서 석사(1951), 예일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1955). 이승만 정부에서 공보실장 및 정부대변인을 지내기도 했으며, 기독교방송 사장(1975~1978)을 지냈다. 1940년 조선신학원 교수가 되고, 남대문교회 전도사로 1942년까지 시무했다. 1942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남대문교회, 가리봉교회, 공덕동교회, 지평교회(예장 통합), 성남교회(예장 통합)를 시무하였으며, 1991년 진부령교회를 창립하기도 하였다.
  2. 예과(豫科) - 이전에, 대학의 학부에 들어가기 전에 거치던 예비 과정을 이르던 말
  3. 최석주(崔錫柱, 1901~1989) - 서울 출생. 1914년 서울 의법학교를 졸업하고 배재학당을 1년 다니다 중퇴한 후 중앙기독교 청년회학관 중학과에 진학했다가 1916년 폐교되면서 학업을 중단하였다. 1921년 일본에 유학 아오야마학원 신학부에 입학하였다. 1927년 졸업하였고 돌아와 묘동교회 전도사로 부임하였다. 1931년 경기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1933<기독신보> 편집국장에 부임, 2년간 활약한 후 1935년 다시 일본에 건너가 간다(神田) 한인교회에 부임하여 시무하는 한편 <진생>(眞生), <복음운동>(福音運動) 잡지 편집에 종사하였다. 1942년 귀국하여 수송교회, 동막교회 등지에서 목회하였고 기독교서회 편집 책임을 맡기도 했다. 해방 후 동막교회, 만포교회 등지에서 목회하였고 은퇴하여 미국에 거주하였다.
  4. 흐들흐들 굳지 아니하고 연하여 물렁물렁한 모양, 천 따위가 휘늘어질 정도로 연하고 부드러운 모양
  5. 드럼통(drum) 두꺼운 철판으로 만든, 원기둥 모양의 큰 통
  6. 습속(習俗) - 예로부터 어떤 사회와 지역에 내려오는 고유한 관습과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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