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141) 잠시 “런던” 가 바람쐬고 다시 투위에 - 손순조 목사 얘기 한 토막

손순조 목사 얘기 한 토막

 

원래 성결교회 목사로 강원도 강릉교회를 담임하고 있었다 한다.

젊은 성직자로서 2년 동안 목회에 정성을 쏟았다.

일제 말기, 일제의 성결교회 말살정책에 걸려 투옥되어 2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형기를 마치고 강릉 자기 교회에 가 봤다.

교인이라곤 한 사람도 없고 교인들이 갔고 있던 성경 찬송가 등은 모조리 목사 집 고깐에 쌓여 곰팽이[1]로 썩는 것이었다.

 

예수 냄새 내다간 감옥 가기 알맞다. 다 집어 치우자!” - 그런 심사였던 모양이란다.

그는 너무 실망했다. “나는 목사 자격이 없나보다!”

 

그래서 그는 목사직을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와 가정인으로 충실한다.

 

그렇다고 그가 예수를 버린 것도, 교회를 물러난 것도 아니다. 그는 근처 감리교회에서 평신도로 깔끔하게 봉사한다.

사람들이 그를 목사라 불러도 구태여 변명하지는 않는다. 오랜 후일에 그는 감리교 목사로 교회를 맡았다.[2]

 

나는 그를 존경한다. 그렇게 인정있고 예절 바른 분은 보기 드물 것이다.

그의 한 옛날 회고담 한 토막으로 이런 얘기도 있다. 그의 결혼 초기 신접살림이 시작될 무렵에 그는 신부와 함께 자주 이름난 한식집에서 융성한 식사를 즐겼다. 신부는 즐거웠다.

그런데 가는 때마다 메뉴를 바꾼다. 신부는 그 숨은 의도적인 행동에 생각에 잠겼다.

, 이건 내 요리 솜씨가 좀더 성숙되게 하기 위해 교재’(敎材)를 제공하는 것이구나!” 그래서 신부는 눈을 흘겼다. 다시는 안 따라온다고 화를 냈단다.

 

그래서였는지 우리 안사둔님 요리 솜씨는 보통이 아니다.

 

손 목사는 수석회원(水石會員)이기도 하다.

동양적인 고상한 풍류다. 일 년에 두 세 번씩 수석회원들은 산수(山水)를 탐방한다. 소풍도 즐길 겸, 기묘한 자연석을 주워보려는 것이다. 어떤 돌은 진정 산수화(山水畵) 그대로다.

회원들은 가담가담[3] 합동전시회를 연다. 나도 두어 번 관람했다. 일품(逸品)[4]들이 많았다. 손 목사가 출품한 것도 자연의 비범한 작품들이었다. “어디서 이런 묘한 돌을 주어 왔나싶었다.

 

그는 논 6만평인가를 팔아 언덕을 몇 십만 평 사서 거기에 밤나무를 심었단다. 수익이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말단공무원들의 성화는 감소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석과 전원(田園)을 즐길 줄 아는 동양 풍정(風情)[5]의 예술인이랄 수 있겠다.

 

그는 내 큰 사돈이다.


[각주]

  1. 곰팽이 - ‘곰팡이의 방언
  2. 서울연합감리교회 홈페이지에 보면, 손순조 목사가 19781월에 담임목사로 취임했으며, 1981531일 퇴임예배를 하였다고 나온다.
  3. 가담가담 - ‘이따금의 북한어
  4. 일품(逸品) - 이 세상에 다시는 없을 만한 아주 뛰어난 물품
  5. 풍정(風情) - 정서와 회포를 자아내는 풍치나 경치, 세상이 돌아가는 정황이나 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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