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9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83) 캐나다연합교회 예방과 그 후유증 - 캐나다연합교회 해외선교부 연차대회에서

캐나다연합교회 해외선교부 연차대회에서

 

때는 19594월이다. 이 회의는 일 년에 한번, 4월 하순에 모인다. 선교부 부총무 호니’(Honey) 목사가 주로 내 생활을 돌봐 주었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갈리하 총무와의 사전 합의 없이 하는 일은 없었다.

 

해외선교부 연차대회는 모였다. 말하자면 이사회와 같은 모임이었다.

 

나는 선교부로서의 한국신학대학에 대한 보조금 일만 불을 2만 불로 증액해 줄 것과, 기장 총회의 개척 교회를 위한 보조금 1만 불도 배로 계정해 줄 것, 그리고 기장 총회 직영 중고등학교인 청주 세광학원 건축비로 6만 불을 제정해 줄 것을 갈리하 총무를 통하여 제청했다.

 

그리고서는 YMCA숙고에 돌아와 누웠다.

 

먹고 자고 딩굴며 책을 읽곤 한다. 배에 비계가 낀다.

나는 무료해졌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갈리하총무와 의논했다. 몇 달 후에 열리는 캐나다연합교회 외지선교부 1959년 연차대회에 참석하고 가야 한다고 한다.

그 모임이 선교부의 예산 책정과 사업 토의의 실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생활 양식을 계속했다.

 

얼마 후에 갈리하 총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가 직접 와서 설명해야 하겠다한다. 나는 곧 갔다.

이사회원은 십여 명 되었다. 모두 돈량이나 있음직한 기업체 사장 또는 중역급이었다.

 

나더러 연설하라고 한다.

 

나는 말했다.

옛날 한국에 ’()만을 그리려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을 제대로 그리려면 을 직접 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밤낮 용 보기를 염원했다.

하루는 용이 그의 화실에 나타났다. 굼틀거리며[1] 저쪽으로 나간다. 그는 용을 봤다. 그러나 은 보지 못했다. 벌써 머리는 저쪽에 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없는 을 그렸다.

캐나다 선교부에서 오랜 세월, 한국에 선교하여 많은 신자를 얻었다. 그러나 지도자 양성에 더 큰 성의를 보였어야 할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미국 선교부보다는 선진이겠지만 그것은 BetterBest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해방된 한국과 자립해야 할 한국 교회는 각 방면에서 지도적 인물의 부족을 느낀다.

지도자는 의 눈이다. 눈이 없는, 눈이 먼 거대한 을 생각해 보라. 그 비극이 어떠할 것인가?

한신은 한국 교회의 으로 자부한다. ‘이 돼야 하겠다고 염원한다.

여러분이 한신 교사(敎舍)를 마련해 주었다. 그것이 이라면, 또는 용의 머리라면, 거기에 눈을 그려야 할 단계에 있다. ‘점청’(点靑)‘finishing touch’.

우리 다 같이 협력하여 미래 역사와 미래의 을 그려봅시다.” 했다.

 

그리고 기장 총회에도 좀스러운[2] 미봉책보다도 거대한 기초 작업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결된 38선에서 두 진영이 종합된 더 높은 차원의 새 세계 역사가 이루어지도록 공헌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서 나는 YMCA 좁은 침실에 누웠다.

 

그 이튿날이던가, 갈리하 총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신에는 네가 만 불만 더 책정하라고 했지만 3만 불이 허락됐다. 기장 총회에도 만 불이 더 책정됐다. 그것도 두 곱이다. 속히 회의 장소에 나와서 정식으로 통고받고 우리의 부탁도 들어달라한다.

나는 곧 나갔다. 나는 캐나다 교회가 한국 교회의 진실한 친구와 동지가 돼준 것을 감사했다.

갈리하총무는 총회와 선교부 이사회를 대표하여 나에게 아래와 같은 부탁을 전한다.

 

우리 선교부로서는 최선의 성의를 보인 것이며 어려운 용단(勇斷)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정 때문에 한국 교회에서 마치 캐나다연합교회에는 일 년 열두 달, 돈이 주렁주렁 열리는 돈나무라도 있는 것 같이 생각하면 큰일이다. 그런 착각이 없기를 바란다.

총회에 나가는 돈은 어떤 특정 사업에 집중적으로 써주기를 바란다. 각 지교회가 골고루 나누워 가진다면 한 교회에 몇 십 불, 몇 백 불 밖에 배당되지 않을 것이니 흐지부지 자취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교회나 단체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면 그 교회나 기관은 그 돈을 밑천으로 자립 자활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면 후일에 우리가 가보더라도 한 놀라운 기념탑이 될 것이고 우리도 자랑스러울 것이다.

 

나는 대답했다. “잘 알았다. 나는 총회장도 총무도 아니니까 책임적인 다짐을 하기 어렵지만, 여러분의 뜻을 성의껏 전달하겠다.”

그 얼마 후 세광고등학교 교사건축비 6만 불도 허락되었다.

나는 흐뭇했다.

 

그 당시에는 여선교부와 남선교부가 서로 독립돼 있었다.

여선교부 총무는 미세스 테일러라는 여걸이었다.

하루는 여선교부 임원과 지방 회장들의 기도회가 있었다. 나에게 설교를 청해왔다.

거기서 동의해야 일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갔다. 10분간 설교를 한다.

 

하느님의 사랑은 내리 사랑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우리를 사랑하여 그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다(요일 4:10). 사랑은 주는 행위다.

나는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봤다.

미시갠 호수의 몇 억만 톤 저장된 물이 내리 흐른다. 갑자기 꺼져 내려앉은 절벽에 부디쳤다. ‘안 되겠다’, ‘도루 가자가 아니었다. 지반이 내려앉아 낮아진 데에 내리 퍼붓는다. 그래서 큰 폭포와 강을 이룬다.

캐나다는 서구 문명의 거대한 저수지다.

문명은 사랑에서 완전해진다. 내가 바라기는 이 바다같이 무겁고 두껍고 고인 사랑의 저수지 물이 나이아가라 폭포같이, 꺼져 내려앉은 어려운 민족과 나라와 백성들에게 용감하게 내리 흘러 생명 강이 되고 그 가에 생명나무가 밀림을 이루어 계절에 따라 열매 맺는 축복이 주어지도록 함께 힘써 주기를 바란다

고 했다.

 

나는 그런 묵시적인 은어(隱語)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며칠 후에 테일러 총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를 만나자는 것이었다.

우리도 3만 불을 내겠소. 그러나 여선교부 연차대회는 몇 달 후라야 소집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돈을 드릴 수는 없겠소. 어쨌든, 내가 약속한 것이니 믿어도 좋을 거요!” 했다. 시원스럽고 스케일이 큰 여걸이라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각주]

  1. 굼틀거리다 이리저리 뒤틀리거나 구부러지며 조금씩 자꾸 움직인다
  2. 좀스럽다 성질이 잘고 옹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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