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일 화요일

김재준 목사의 자서전 『범용기』(각주해설판)를 발행하며

 김재준 목사의 자서전 범용기(각주해설판)를 발행하며

 

장공 김재준 목사(1901~1987)는 한신대학교의 전신인 조선신학교 설립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창립에 중심 인물로 참여했으며, 1960년 이후엔 한국 사회의 민주화 운동과 인권 운동에 참여했다. 숨막히는 유신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김재준 목사는 캐나다로 이주해서 북미주 지역에서 해외 민주화 운동의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김재준 목사는 캐나다 체류 기간(1974~1983) 중에 자신의 자서전인 범용기(凡庸記)를 여섯 권으로 묶어 발간하였다. 귀국한 이후에 발간된 범용기속편 격인 귀국 직후고토를 걷다를 포함하면 총 8권의 자서전을 남긴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의 기억이지만, 구한말,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혼란기, 이승만과 419 의거, 516 군사 쿠데타와 박정희 정권, 518과 전두환 정권을 경험하면서 남긴 범용기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시대의 양심적인 지식인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長空 김재준의 삶과 신학이라는 책에서는 범용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범용기(凡庸記)는 김재준 목사의 자서전이다. 특별한 것은 평범한 것에 있다. 김재준 목사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였다. 그의 글도 담백할 뿐이다. 자기 자랑이나 허식이 없다. 수수한 질그릇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보화인 예수 그리스도를 담은 그릇이다(고후 4:7). 그릇은 크기나 재질로 평가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 김재준은 자신을 범용이란 질그릇으로 보았지만, 역사는 그를 예수 그리스도를 담은 큰 그릇으로 평가한다.

범용기는 김재준의 개인 자서전이면서도 한국 교회사와 격동하는 민족사를 담고 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범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담고 있다. 짧고 평이한 문장과 글 속에 김재준의 인격과 신앙, 그리고 꿈이 녹아 있다. 그의 글은 살아 있는 글이다. 따뜻한 글이다. 읽는 이의 영혼을 설레게 하는 글이다.

- 長空 김재준의 삶과 신학(한신대학교출판부, 2014), 12-13.

 

오늘날 범용기가 장공 김재준 목사의 자서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알고 있더라도, 범용기를 읽기 위해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범용기1992년에 발간된 장공전집(18) 속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1981~1983년 사이에 캐나다에서 발간된 범용기와 비교해 보았을 때, 오탈자가 많이 발견되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아 있다.

 

추후 장공 김재준에 대해 연구하려는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범용기는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장공 자신이 발표한 글과 함께 자서전인 범용기는 장공의 삶과 사상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데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김재준 목사의 자서전인 범용기를 복원시키는 작업을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첫째 우선적으로 처음 출간된 범용기자체에서 발견되는 오탈자와 시대적 한계를 갖고 있는 용어의 문제이다. 김재준 목사가 자서전을 집필할 당시에 사용하던 용어와 고유명사가 오늘날에는 많이 변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특히 외래어 표기가 그렇다. 그리고 저자인 김재준 목사가 범용기1권의 편집 후기에서 솔직하게 필자 자신이 한글 철자법에 정확하지 못하고 신문사에서도 일일이 고쳐 쓸 시간과 부서가 없었기 때문에 철자가 시원치 못합니다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이것을 고려하면서 오탈자 및 현대에 공용하는 용어와 비교해야 한다.

 

만일 발간된 책 이전에 수기로 쓴 원본 자료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귀중한 1차 자료이기 때문에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만, 활자본으로 발간되는 과정에서 교정을 거치면서 2차 자료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둘째, 그러나 김재준 목사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문장투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것은 함경도 사투리적 표현일 수도 있는데, 김재준 목사 자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은 최대한 살려둬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구 편을 의미하는 문장에서 김재준 목사는 누구 켠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따라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캐나다에서 발간된 범용기자료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고유명사 및 현대에 공용된 용어, 그리고 누가보아도 오탈자가 분명한 부분을 수정하려고 노력하였다. 반면에 방언과 고어를 각주로 설명하고, 김재준 목사는 당연하게 알고 있지만 설명이 필요한 인물이나 사건, 지명들도 가급적 각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장공을 거쳐간 인물들 중에 의외로 한국의 근현대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계의 인물은 주로 기독교대백과사전의 설명을 참조하였고, 기타 그 밖의 인물에 대한 정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인터넷판)을 중심으로 정리하였음을 밝힌다.

 

애초에 범용기를 복원하면서 내용에 대한 풍성한 주해를 덧붙이려고 계획했지만, 우선적으로 1차 자료를 복원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향후 김재준 목사의 저작에 대해서 보다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김재준 목사의 글과 저작이 다시금 본래의 활기찬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08

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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