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7일 일요일

[범용기 제3권] (249) 北美留記 第六年 1979 - 공백 속 회리바람

공백 속 회리바람[1]

 

79. 10. 26. 박정희 암살은 그것 자체가 군사독재의 Period민정의 회복이라고 속단했었다.

그것은 국내나 해외를 막론하고 대다수 민주인사들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망적인 관측이었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김대중, 김영삼 등의 집권 경쟁이 암류[2]했단다. 국민운동이 정권운동으로 변모했다. 무기도, 군대도, 돈도, 지위도 없는 한사람 야인, “권력 맛60만 군대를 어떻게 Nothing으로 취급할 수 있겠는가?

박정희에게 밀려난 대통령의 서열로 본다면 윤보선 씨가 제1번이다. 그이도 무시못할 존재다. 그에게는 적어도 돈과 지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중에게는 국민이 있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강력한 조직안에서의 국민이 아닌 한, 그것은 오합지졸이다.

그 동안에 비교적 영리하게 정계를 헴치던 김영삼에게 과도정권을 맡기고 김대중은 국민운동에 정진했어야 할 것이 아니었을까?

두 분에게 다 국가재건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준비돼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더군다나 군인경력이 없는 김대중에게는 60만 군대 통솔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었다.

군대에는 38선이라는 단절선이 그들의 직접 책임 아래 그어져 있다. 그건 평화선이 아니라, “휴전선이다.

냉전은 언제든지 열전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625 동란으로 엄청나게 비대해진 국군은 군인 경험 없는 김대중을 대원수로 모시기에 불안을 느낀다.

다시 말해서 언제든지 쉽사리 쿠데타를 반복할 우려가 짙다는 말이다. “장면장도영을 구슬릴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은 버릇이 나빠졌다. 거기다가 미국을 납득시켜야 한다. 경제파탄을 꿰매려면 의 자본을 얻어야 한다.

차관에는 그만큼 이권이 제공돼야 한다. 수월한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고언은 이른바 주마가편이고 결코 평가절하가 아니다.

김대중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심볼이고 자유 한국의 소망이고 그 신념과 양심 때문에 두 세 번 죽음의 선을 넘은 베테랑이다 그에게는 적어도 변절이 없었다.

그의 연설은 민중의 심장에 진실을 인친다. 박정희가 제 갈 데로 간 다음의 공백기간 중에 그의 서울에서의 연설은 언제나 수만 명의 군중을 열광시켰다.

사실, 여야가 각기 단독 후보로 대결하던 선거전에서 그는 박정희를 훨씬 능가하는 득표였다고 한다. 박정희는 전대미문의 부정투표를 감행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지금도 그를 자기들이 선출한 대통령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박정희와의 대결은 자신의 기득권 주장에 불과한 것이오 반란이 아닌 것이다.

위에서 청사진얘기가 났었지만, 19743월초, 캐나다에 옮겨오기 몇 일 전에 장공은 자택감금 중의 그를 방문한 바 있었다. 그는 깊은 종교적 신념을 고백했다.

하느님이 지금까지 몇 번이고 기적적으로 살려 주셨으니, 장차 무슨 심부름을 시키시려는 경륜이 있으신가 싶어 그 심부름에 충실하려고 밤낮 청사진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정부 조직부터 말단 동장, 반장에 이르기까지 조직망을 만들어 봅니다. 진짜 민주국가를 세워 보렵니다.

단계적인 남북통일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꿈을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된다면 그것도 하느님 뜻이고 하느님의 더 높고 깊은 경륜이라 믿고 아무 미련없이 순종하렵니다.”

나는 당신 몸은 민족의 몸이고 나라의 몸이니 부디 자중하라고 격려하고 나왔다. 그 때에 군경이 주위와 통로 변두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양일동민주통일당인가 하는 정당을 만든 무렵이어서 김대중집의 뜨락은 그 관계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마감 면회였다. 나는 해외로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김대중은 반드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불의와 불법으로 나라를 찬탈한 전두환은 김대중을 죽여야 자기가 산다고 생각한다. 김대중은 자기 권좌(權座) 밑에 깔린 바늘방석이었다. 그래서 김대중 사형, 광주학살극을 연출한 것이리라.

지금 세계는 김대중 편이다. 김대중은 이제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각주]

  1. 회리바람 나선 모양으로 갑자기 빙빙 도는 바람
  2. 암류(暗流) -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물의 흐름, 일이나 형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고 은근히 변하여 나아가는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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