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일 화요일

[범용기 제3권] (99) 北美留記 第二年 1975 - 장준하 피살

장준하 피살

 

821 장준하가 삼각산에 등산하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보도가 왔다. 나는 그것이 박 정권의 계획적 살인이란 것을 당장에 알아챘다.

그래서 뉴코리아 타임즈에 그런 각도에서 써 냈다. 자택에 엄중감금되어 일체 외출이 금지되고 식모가 뒷문으로 장보러 가는 것까지 몸수색하던 처지에서 어떻게 원족[1]이 가능했겠느냐? 삼척동자도 믿지 못할 이야기다. 불우한 일생이다. 그러나 다음 역사에는 그 이름이 영원토록 빛날 것이다.

장준하 자신도 죽으러 가는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는 떠나기 전에 애국 선열들의 묘소에 참배하기를 청했다. 정보원도 허락했다. 그는 김구 선생을 비롯하여 독집지사들 묘소 앞에 일일이 절하고 갔다는 것이다.

그는 함석헌 옹의 동향 후배로서 가장 가까운 제자로 지냈다.

유가족에게 시신을 내줄 때, 함석헌 옹도 참관했단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 상처도 없고 머리에 타박상 흔적이 있을 뿐이었다 한다. 가족들에게 시체를 인도할 때, 그들은 사인에 대한 자기들의 각본을 일러주고 이 말 이외에 다른 말을 했다가는 전가족 몰살이다하고 위협했단다. 그래서 가족들도 일체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막현어은[2]이란 말과 같이 이미 이만큼이라도 알려진 사건은 그 실상이 숨겨지지 않는 법이다. 아벨의 무죄한 피는 하늘에 호소한다. 무죄한 인간의 피를 마신 땅은 저주를 받는다.


[각주]

  1. 원족(遠足) 기분을 돌리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바깥에 나가 바람을 쐬는 일
  2. 莫見於隱 莫顯於微(막현어은 막현어미) - 숨는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고, 미세한 것 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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