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0일 수요일

[범용기 제4권] (17) 상한 갈대 - 断(단)과 和(화)

()()

 

불교에서 출가입산하여 수도승이 될 때 을 내린다고 한다. 속세인정의 줄을 단호하게 끊는다는 말일 것이다. 제갈공명[1]이 눈물 흘리며 마직[2]의 목을 베였다[3]는 둥, 김유신[4]이 애마의 목을 잘랐다[5]는 등 하는 얘기가 모두 의 태도라 하겠다. “스님도 인간인데 백팔번뇌[6]에서 해탈[7]하는 것이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듯 수월할 리가 없다. “자기에 던지는 ”()의 순간, 그것은 죽어서 사는”, “죽음으로 사는결단의 순간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 불교의 사원자체에 을 내려야 의 입문에 닿는 일도 있을 것이다. 기관을 ”()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기독교에서도 교회라는 기관예수보다 앞서 날뛰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교회에서는 걸핏하면 교인끼리교회 안에서 교회 사업이라는 표딱지를 붙여야 신이 난다고 한다. 그거야 교회만으로 해야 할 일이 있겠지요. 그리고 그래야 효율적인 경우도 많겠지요. 그러나 전체 민족과 사회에 직접 관련된 사건인 한, “교회에서”, “교회 안에서딴판 차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한국이 기독교 국가라면 또 모르겠지만, 한국은 민족으로서는 단일 민족이지만 종교는 복합적이니까 적어도 민족의 할 일, 민족의 미래, ‘네이션 빌딩등등에 있어서는 민족 전체와 협동하고 참여하고 어떤 경우에는 앞장서야 할 것이다.

31 독립운동 때에 천도교, 기독교, 불교가 민족 대표로 한 몸 되어 동참한 역사를 우리는 독립운동의 각도에서만이 아니라 종교적 견지에서도 자랑스럽게 존경한다.

필자는 한번 유교 지도자 한 분과 얘기하다가 “31 독립선언서에 유교 대표는 왜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2천만 가운데서 이름이 적혀있지 아니한 모든 사람은 다 유교인인줄 아시오!” - 말하자면 유교는 국교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미 보편화 했고 그런 특수개별화에 의해서만 그 존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특정 상황에서 특정 사건이 생길 때가 역사에서의 결단을 요구하는 위기니만큼, 그 때에는 보편화무존재같이 무의미하게 된다. 우리는 자유인이므로 선택과 결단의 매듭 없이는 삶이 세워지지 않는다. 한국 교회도 한국 교회로 특수화하려면 모든 역사적 사건 앞에서 한국 교회로서의 결단과 참여가 엄숙하고 용감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중국 촉한(蜀漢)의 정치가(181~234). ()는 공명(孔明), 시호는 충무(忠武)이다. 유비가 대규모 군대를 조직하고 촉한을 창건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나라와 연합하여 남하(南下)하는 조조의 대군을 적벽(赤壁)에서 크게 물리치기도 하였다. 그 후 수많은 전공(戰功)을 세웠고, 221년 한()의 멸망을 계기로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재상이 되었다. 명문장으로 유명한 <전출사표(前出師表>, <후출사표(後出師表)>를 남겼다.
  2. 마속’(馬謖, 190~228)을 일컬음. 촉한의 장령. 자는 유상(幼常)으로 양양(襄陽) 의성(宜城: 지금의 호북성 의성 남쪽) 사람. 마량의 아우이며 형처럼 재명(才名)이 있었다. 적벽대전 후 유비에게 귀순하여 형주종사 · 성도령(成都令) · 월수(越嶲)태수 · 승상참군 등을 역임했다. 건흥 6(228) 제갈량의 제1차 북벌 때, 군사를 거느리고 가정(街亭)을 맡아 지킨다. 그러나 제갈량의 신신당부와 왕평(王平)의 권고를 외면하고 융통성 없는 병법을 써서 산 위에 군사를 주둔시킨다. 이 때문에 위군이 급수로를 차단하자 대패하고, 결국 제갈량의 손에 참수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주인공.
  3. 읍참마속(泣斬馬謖) - 원칙을 위하여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림. 중국 촉()나라 제갈량(諸葛亮)이 사랑하는 부하 마속이 군령(軍令)을 어기자, 군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울면서 그의 목을 베었다는 일에서 유래되었다.
  4. 김유신(金庾信) - 신라의 장군(595~673). 귀순한 가야국 왕실의 후손으로, 15세에 화랑이 되었고 여러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중국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와 고구려를 정벌한 후, 삼국 전체를 지배하려 하는 당나라의 군사를 축출하여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다졌다. 신라의 관리로 최고의 지위인 태대각간(太大角干)에 올랐으며, 사후인 835(흥덕왕 10)년 흥무 대왕(興武大王)에 추존되었다.
  5. 젊은 시절 김유신이 천관녀(天官女)라는 기녀와 친하게 지냈다. 어머니의 꾸중으로 천관녀의 집에 일체의 발길을 끊었던 김유신이 어느날 술에 취하여 말에 몸을 맡긴 채 귀가하게 되었는데, 말은 평소 익은 발길을 따라 친관녀의 집으로 갔다. 김유신은 정신을 차리고 보검을 뽑아 말의 목을 베는 결단을 보였다. 천관녀는 이를 원망하여 중이 되었으며, 천관녀의 집은 천관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6. 백팔번뇌(百八煩惱) - 인간이 지닌 백여덟 가지의 번뇌. (), (), (), (), (), ()의 육근(六根)에 각기 고(), (), 불고 불락(不苦不樂)이 있어 열여덟 가지가 되고, 이에 탐()과 무탐(無貪)이 있어 서른여섯 가지가 되며, 이것을 다시 과거, 현재, 미래로 각각 풀면 백여덟 가지가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있는 엄청난 번뇌를 이른다.
  7. 해탈(解脫) - 굴레의 얽매임에서 벗어남. 속박이나 번뇌 따위의 굴레에서 벗어나 편안한 경지에 도달하게 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