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2일 금요일

[범용기 제4권] (45) 군인 정치 - 들뜬 교만

들뜬 교만

 

유다 왕국 시대의 에돔은 사해 저켠 험한 바위 절벽에 둘러싸인 자연요새(Citadel)의 나라다. 그래서 그 당시 강대국들도 함부로 손대지 못했고 손댔자 오히려 손해라고 계산했었다.

그러는 동안에 에돔은 개구리 배때기처럼 제 김에 부풀었다.

누가 능히 나를 바닥에 던지랴?”

선민의식의 트림이 목구멍까지 치민 유다 족속은 양반교만으로 가슴이 쑤신다.

옛날 다윗 같은 임금이 나서서 저 에돔 쌍놈들을 진흙 바닥에 짓이겨 줬으면 속 시원하겠다.”

그러는 동안에 북쪽 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 망하고 남쪽 유다는 신바벨론에 망했다. “선민이노라고 뽐내던 치들은 모두 쇠고랑 차고 줄에 꿰여, 후려 갈기우며 걷어 채우며 피투성이 되어 호지[1] 땅으로 끌려간다.

그때, 에돔 사람들은 구경삼아 길바닥에 나와 모두 손뼉 치며 놀려댔단다.

선민 양반들 꼴 좋수다. 어디 양반 자랑 좀 더 하시지.”

이런 조롱때문에 유다 족은 에돔과 원수가 됐다. 이를 박박 갈았다. “에돔도 조상을 따지면 같은 뿌리에 달린 가지인데, 원 저럴 수가 있나?

안됐구나! 한마디 해줘도 우리는 눈물나게 고마울 텐데!”, “인제 너 에돔에겐 저주밖에 남길 말이 없다.”

네가 독수리 같이 높은 데 집 짓고, 별들 사이에 네 둥지를 튼다 해도 거기서 내가 너를 잡아내리라, 이것이 여호와의 말씀이다.”

뭣 때문인가? 결국 교만 때문이다. 인간 교만, 민족 교만, 나라 교만 등등이 지혜의 눈을 덮어 씌웠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은 죽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악덕가운데서 교만을 첫째로 꼽았다. 그리고 제일 마감에 남녀 관계의 음란을 들었다.

나는 우리나라 형편을 비춰 본다. 소위 집권자들의 교만은 형편없다. “에서는 민족의 태양이라고 말끝마다 치켜 올린다. 그 놀음에 으쓱해서 더 그러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에서는 민의야 어떻든, 반란으로 독재자가 되어 위에 앉은 법 없는 폭군으로 자기를 전능자의 위치에 세운다. 말하자면 독수리 같이 높은 데 집 짓고, 별들 사이에 둥지 튼교만자들이다.

그러나 거기서 내가 너를 잡아 내리라하고 야훼는 말씀하신다. 남과 북의 집권자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도 에돔 사람 못잖게 차갑다. 고난받는 동족을 헐뜯는 일, 거짓 증거로 의인을 재판하는 판검사, 거짓을 제작하는 언론기관, 악당의 꼭두각시로 구차스레 출세하는 종교인 그 맘의 근본을 따져보면 뭔가 영웅주의 한번 높은 데 앉고 싶은 교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진짜 임금은 스스로를 과인”(寡人)[2]이라 했다. “작은 사람이란 뜻이다.


[각주]

  1. 호지(胡地) - 오랑캐가 사는 땅
  2. 과인(寡人) - 예전에, 덕이 적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임금이 자기를 낮추어 이르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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