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6일 토요일

[편지] 당신을 한번도 뵙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참 스승입니다...

장공 김재준 목사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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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 김재준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7-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있어서 교회가 사회 속에서 어떠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몸소 실천을 통해서 알려주신 분입니다. 아울러 제가 속한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와 한신대학교의 정신적인 스승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생전의 목사님을 한번도 뵙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신대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1990년이었고 김재준 목사님께서 함석헌 선생님과 함께 "새해 머리에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유언으로 남기시고 하늘의 부름을 받아 떠나신 해가 1987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재준 목사님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과 선배 목사님들께서 이야기해주시는 것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김재준 목사님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저는 김재준 목사님께 배운 제자들에게서 배웠습니다.

목사님에 대한 회고담을 들려주던 선배 목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야기 해야 할 때 이야기하는 진정으로 용기있는 예언자의 모습을 보았고, 요란한 수레가 아닌 조용한(세미한) 음성처럼 역사의 한 복판을 묵묵히 지키던 목사님으로 제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재준 목사님께서는 학교가 어렵고 힘들던 시절에 교수님들에게 인간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학생들을 생각하고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부탁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교회 또한 기득권을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서는 안되며, 교인들과 사회가 올바르게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말로만 하신 것이 아니고 몸소 실천을 통해서 후배들이 길잡이가 되어 주셨습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뒷걸음만 치는 모습을 보면서... 김재준 목사님께서 생전에 바라셨던 기독교의 모습과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독교의 복음 대신에 물질, 세속적인 힘, 그리고 권력을 짝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에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부조리한 모습에 편승하고, 자체적으로 부조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독교의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는 예수와 예수의 말씀을 외면하고 권력과 재물에만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가 민족 앞에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변에서만 맴도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기득권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일어서면서 '복음을 위한다'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학교와 교회에 진정한 스승, 어른이 없기에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스승의 부재 시대에 직접 만나보지도 못한 김재준 목사님에 대한 기억이 많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 희망을 품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목사님의 가르침을 버리지 않고 소신껏 활동하고 있는 제자나 후배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는 그 분들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김재준 목사님께서 보여주신 복음의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목사님의 제자에게 배운 제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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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김재준 목사님의 좌우명
나의 座右銘 : 바로 살려는 노력

1.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2. 대인관계에서 의리와 약속을 지킨다.
3. 최저 생활비 이외에는 소유하지 않는다.
4. 버린 물건, 버려진 인간에게서 쓸모를 찾는다.
5. 그리스도의 교훈을 기준으로 "예"와 "아니오"를 똑똑하게 말한다. 그 다음에 생기는 일은 하나님께 맡긴다.
6. 평생 학도로 산다.
7. 시작한 일은 좀처럼 중단하지 않는다.
8. 사건 처리에는 반드시 건설적, 민주적 질서를 밟는다.
9. 山河와 모든 생명을 존중하여 다룬다.
10. 모든 피조물을 사랑으로 배려한다.
("젊은 시절부터 나는 이 열 가지를 정하여 바로 살려고 노력하였다.")

이 좌우명을 보면, 김재준 목사님의 일관된 삶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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