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3일 수요일

[범용기 제1권] (113) 조선신학원 발족 - 전롱정 『우리집』

전롱정 우리집

 

나는 그 동안에 현신규[1] 씨 부인 주선으로 서울 청량리 밖 전롱정에 주택공사에서 새로 지은 한옥을 한 채 계약했다. 부엌, 안방, 마루방, 건넌방 등 격식은 갖춰 있었지만 협책하기[2] 그지없는 소옥이다. 그래도 셋방보단 나으리라 생각됐다. 살림도구며 땔 것까지도 다 준비해 놓았다. 부엌문 바로 옆에 백척 깊이 우물도 팠다. 물맛이 약수 같다. 부토(附土) 모퉁이 집이어서 앞은 인조벼랑이다. 청량리 임업시험소 기사로 있는 현신규 씨네가 그 동리 같은 주택회사 가옥에 들어 있어서 집안 같은 이웃이 되었다. 우리 집 길 건너 모새기에 송 씨 집이 있었다. 따님 정옥(貞玉) 아가씨가 여의전 재학 중이었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역사를 가르쳤다는 혐의로 서대문 감옥에서 여섯 달 살고 오기도 한 아가씨이다.


[각주]

  1. 현신규(玄信圭, 1911-1986) - 해방 이후 농촌진흥청장,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교수 등을 역임한 학자, 산림학자.
  2. 협착하기의 오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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