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멋
여름 한때 능라도 백사장은 어느 해수욕장 부럽지 않았다. 알몸으로 뒹굴다가 통닭국이자 찹쌀죽인 『어죽』 먹는 재미, 그 밖에도 삼삼오오 모란봉 송림 속에서 불고기 굽는 맛, 겨울밤 친구 집에서 꿩 냉면으로 중참 먹는 풍미, 평양은 『맛』의 도읍이었다. 어린 딸을 기생학교에 데리고 와 부디 사람 되게 해달라 부탁하는 부모, 이름난 명사들이 부자, 과부 들먹여 지어놓은 『백선행기념 공회당』 평양은 여성의 도시이기도 했다.
시장에 나가면 묵직한 체구의 아낙네들이 제각기 뭔가 물건을 앞에 놓고 판다. 아니꼬운 사내에겐 말집이 거세단다.
『이 쌍! 네래 와 그러누!』 하는 순간 들었던 머리태[1]가 날아온다고 한다. 괜한 소리겠지만 말은 그렇게 들었다. 어쨌든 평양 아낙네는 거센 일꾼이다.
[각주]
- 머리태 - ‘머리채’의 비표준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