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3일 수요일

[범용기 제1권] (72) 평양 3년 - 평양의 멋

평양의 멋

 

여름 한때 능라도 백사장은 어느 해수욕장 부럽지 않았다. 알몸으로 뒹굴다가 통닭국이자 찹쌀죽인 어죽먹는 재미, 그 밖에도 삼삼오오 모란봉 송림 속에서 불고기 굽는 맛, 겨울밤 친구 집에서 꿩 냉면으로 중참 먹는 풍미, 평양은 의 도읍이었다. 어린 딸을 기생학교에 데리고 와 부디 사람 되게 해달라 부탁하는 부모, 이름난 명사들이 부자, 과부 들먹여 지어놓은 백선행기념 공회당평양은 여성의 도시이기도 했다.

시장에 나가면 묵직한 체구의 아낙네들이 제각기 뭔가 물건을 앞에 놓고 판다. 아니꼬운 사내에겐 말집이 거세단다.

이 쌍! 네래 와 그러누!하는 순간 들었던 머리태[1]가 날아온다고 한다. 괜한 소리겠지만 말은 그렇게 들었다. 어쨌든 평양 아낙네는 거센 일꾼이다.


[각주]

  1. 머리태 - ‘머리채의 비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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