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상』 퇴진
한경직도 가고 송창근도 가고 나 혼자가 남았다.
『숭상』 김항복 교장은 하루 나더러 교장실에서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벌써 눈치 채고 있었다.
이야기 내용은 뻔한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지 말아달라는 것, 신사참배 때 행동을 같이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변명을 덧붙였다.
『난들 좋아서 이렇겠소? 학교를 해가려니 그러는 게 아니겠소? 싫으나 즐거우나 교직원이 행동을 같이 하잖고서 학교를 어떻게 해나갈 수 있겠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잘 알았소이다. 하고 나와서 곧 사표를 제출했다.
그것이 사월 초 입학시험이 바로 끝난 때였다.
나는 새 학년이 시작하기 전에 물러났다. 믿음으로 모험한 것 이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당장 그날부터 아이들 죽거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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