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3일 수요일

[범용기 제1권] (89) 간도 3년 - 장대인 영감

장대인 영감

 

은진학교에 중국어 선생이 한분 있었다. 장대인이라 불렀다. 오십대로서 나이로는 제일 선배였다. 충실한 교사로서 결근이나 지각이 있어본 적이 없다. 중국인 교회 장로로서 신앙은 보수적이었다. 언제 보아도 평화로운 표정이고 민족차이도 의식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한국인 젊은 선생들 가운데는 좀 까부는 분도 없지 않았지만 한 번도 그의 입에서 동역자를 평론하거나 비판하는 내색을 보인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세상을 모른다거나 시국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인생 철학은 간단했다. 메유파즈(할 수 없지), 그리고 마만디(늘게 잡고 기다린다)었다. 중국은 바다 같아서 되박으로 퍼내기 어렵다고 한다. (水泳)[1]에 자신있는 사람 뛰어드는 걸 막지도 않고 헴치다 빠지는 걸 구원하지도 않는다. 화륜선 타고 항로 따라 다니는 걸 막지도 않지만 함부로 다니다가 암초에 부서져도 제 잘못이라는 것이다. 중원(中原)의 사슴 잡았다고 날뛰던 사냥꾼이 한둘이었느냐. 그래서 사슴 몇 마리 잡았다고 중원을 잡은 건 아니지 않느냐? 이런 것이 내가 그에게서 받은 인상이다.

그가 그렇게 온유한 군자(君子)로 보이는 것은 그만큼 깊은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중국인은 중량감을 주는 큰 국민이라고 느꼈다. 결국 일본은 중국이란 바다에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속삭여 보기도 했다.


[각주]

  1. 물속에 몸을 뜨게 한 뒤 팔다리를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거나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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