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109) 5ㆍ16 군사반란 1961 - 어둠의 아들들

어둠의 아들들

 

역사는 밤에 이루워진다는 속담의 유래는 잘 모르지만 이란 미녀영웅을 매혹시키는 시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군사작전에 있어서 야습(夜襲)의 성공률이 높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박정희의 전략은 거의 전부가 야습’, ‘불효공격’(拂曉攻擊)[1]이었다. 516에서도 그랬다.

자다가 깬 때는 역사가 바뀐 뒤였다는 말이다.

밤은 어둡다. 밤에 흉계를 꾸미는 사람은 어둠의 아들이다.

밤손님이란 도둑의 별명이 아닌가!

 

박정희는 좀처럼 국민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자기의 정체를 밤의 장막 속에 감춘다. 516 직후, 앞에 나서서 떠들석한 사람은 장도영이었고 그는 정부수반이라기도 했다. 김종필[2]도 나타났다 숨었다 했다. 그가 실권자라는 소문도 퍼졌다. 그러나 얼마 후에 장도영은 밀려났다고 했다. 그 후에 김종필도 밀렸다 붙었다 한다. 그렇게 붙였다 뗐다 하는 장본인은 어둠 속에 잠복한 껌정안경의 두목이란다.

 

얼마 안가서 박정희가 최고회의 의장으로 데뷰한다. 그는 한국이 중병으로 위독하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할 밖에 없다고 했다. 응급수술이니만큼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얼씬 못한다고 선언한다. 집도(執刀)[3]한 의사인 자기에게 맡기고 곁방[4]에서 기대리기만[5]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환자를 가족에게도 친척, 친구에게도 돌려주지 않았다. 17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집도중일까? ‘환자는 어쩌면 일본이란 납골당(納骨堂)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아닐까!


[각주]

  1. 불효(拂曉) - 날이 막 밝을 무렵
  2. 김종필(金鐘必, 1926~2018) - 박정희가 군사정변을 일으킬 당시 예비역 육군 중령으로 쿠데타에 참여했다. 박정희의 형(박상희)의 장녀 박영옥과 결혼하였다. 초대 중앙정보부장, 9선 국회의원, 국무총리(박정희 정권, 김대중 정부)를 역임하였다. 1965년에 조인된 한일굴욕협정을 위해 일본의 외무장관 오히라 마사요시와의 회동(1962)하기도 하였다.
  3. 집도(執刀) - 수술이나 해부 따위를 하기 위하여 칼을 잡음
  4. 곁방 남의 집 한 부분을 빌려서 사는 방이나 집
  5. 기대리다 - ‘기다리다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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