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110) 5ㆍ16 군사반란 1961 - 박정희란 사람은?

박정희란 사람은?

 

그가 정체불명의 사나이라지만 들춰보면 아주 모를 사람도 아닌 것 같다.

그는 1919930일 경북 선산군에서 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1937년에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문경에서 소학교 교사로 있다가 만주에 가서 만주군관학교를 1942년에 졸업,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유학, 일본군 육군 중위로 관동군[1]에 배속[2]됐다고 씌여 있다.

만주군관학교에 있을 때에는 한국 독립군 토벌에 선봉섰다는 소문도 있다. 깜찍한[3] 일본군이 죠센징[4] 토벌에 죠센징을 앞장세웠으리라는 것쯤은 짐작이 안가는 것도 아니다.

일본 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혈서로 천황에게 충성을 서약했다는 얘기도 있다. 허긴 죠센징으로서 관동군에게 배속됐다면 일본인 이상으로 일본에 충성했으리라는 심중[5]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1945815 해방이 되자 그는 당황한 것 같다. 얘기로는 북경을 거쳐 만주로 진격중인 ‘8로군[6]에 끼어볼까 해서 그리로 갔다가 채여났다기도 한다.

그는 무작정 서울에 돌아왔다. 마침 이승만 정부에서 국군을 창설한다고 어디서 어떤 모양이로든 군인으로 있어봤다는 사람이면 무조건 받아, 6개월 단기훈련을 거쳐서 장교로 임관하는 것이었다.

박정희도 거기 지원, 19462월에 한국 육군사관학교 2기생으로 졸업했다.

그는 194810월 여수, 순천 좌익반란사건[7]에 주동, 또는 방조[8]의 혐의로 군재[9]에서 사형구형, 무기징역으로 선고됐다고 한다.

1949213, 민정당에서 발표한 여수ㆍ순천 반란사건 조사자료에 의하면 박정희는 그 당시 육군소령으로서 이중업[10] 남로당[11] 조직책의 지령에 따라 이재복[12] 군부연락책에 의하여 육군본부 내 공산당 조직을 담당했으며 전 군부 내 조직을 통괄한 사람이다고 쓰여있다.

박정희 소령은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남로당 세포 조직을 담당하였고 후임인 오일근(吳一根) 소령에게 세포책을 인계하고 제4연대로 전임했다고도 쓰여 있다.

그 당시 국방부장관인 이범석 장군으로부터 군부 내 공산당 세포 적발에 1차 숙군(肅軍)[13]의 명령이 내리자 박정희 소령은 자기 신변이 위험해짐을 알고 자기를 신임하는 상관인 정보국장 백선엽 중령에게 자수, 자백하고 정보부 소속인 김일안(金一安)[14] 소령의 협력을 얻어 불구속 입건이 됐다. 백선엽 정보국장과 그 소속부대인 방첩대(CIC)가 이 사건의 수사담당 기관이었는데 김일안 소령은 방첩대장임과 동시에 박정희와는 동기생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너그럽게 다뤄졌던 것이라 한다.

백선엽과 김일안은 박정희의 구명을 위해 그가 갖고 있는 군부 내의 공산당원 명단을 제공하게 하고서, 박정희는 공산당 숙군에 공로가 크다는 이유로 용서를 상신[15]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정희 소령 없이는 정보부 운영이 곤란하다고 육군수뇌부에 제언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형구형에 무기징역이라는 판결과 직위 파면 등등이 지워지고 국방장관 신성모[16]로부터 복직 발령이 내려 정보부에 근속하게 됐다고 했다.

 

박정희 소령이 군부 내 공산당원 명단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공산당원으로서의 열심분자였음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종선[17] 조직이 볼쉬비키[18] 조직 이론의 특징인데 그 조직책은 요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후의 박정희는 정보장교로서의 재능을 발휘하여 상승일로[19]를 걸어 마침내는 반란에 성공 - 정권을 가로채는 데까지 성공했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것은 3속간 28호를 보라) 그는 배신(背信)의 화신(化身)[20]이란다.


[각주]

  1. 관동군(關東軍) - 일제 강점기, 중국을 침략하기 위하여 관둥저우(關東州)와 만주 일대에 주둔한 일본 육군 부대를 통틀어 이르던 말
  2. 배속(配屬) - 사람을 어떤 단체나 집단 등에 배치하여 속하게 함
  3. 깜찍하다 몸집이나 나이에 비해서 생각보다 영악하거나 약다
  4. 조센징 조센징은 일본어 독음 명칭이다. 본래 뜻은 인종 차별적인 의미가 없었으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인에 대한 멸시의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조선인, 조선적.
  5. 심중(心中) - 마음에 품고 있는 것
  6. 팔로군(八路軍) - 항일 전쟁 중 화베이(華北)에서 활약한 중국 공산당의 주력 부대. 1937년 제2차 국공합작 후의 명칭이며, 1947년에 인민해방군으로 바뀌었다.
  7. 여순사건(麗順事件) - 19481019일 전라남도 여수ㆍ순천 지역에서 일어난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의 반란과 여기에 호응한 좌익계열 시민들의 봉기가 유혈 진압된 사건. 여순 사건은 정부 차원에서 정치적 위기감을 갖게 했고, 결과적으로는 이승만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8. 방조(幫助) - 형법에서, 나의 범죄를 거들어 도와주는 모든 행위
  9. 군재(軍裁) - 군사법원에서, 군법에 의하여 행하는 재판
  10. 이중업(李重業, 1912~?) - 경북 예천 출신으로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했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을 계기로 사회주의운동에 참가했다. 19304월 경성제대 법문학부에 진학하고 경제학연구회에 가입하여 맑스주의를 연구했다. 일본경찰에게 검거되어 19346월 경성지법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해방 후 조선공산당 서울시당 간부를 지냈다. 19492월 경찰에 검거되었으나 탈출하여 월북했다.
  11. 남조선노동당(南朝鮮勞動黨) - 약칭 남로당. 1946년에 박헌영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던 공산주의 정당
  12. 민경배에 의하면, 이재복 목사는 박정희의 형인 박상희를 감언이설로 남로당에 가입시켰고 그가 죽었을 때 장례비를 다 대주며 유족들을 물심양면 도와주었다고 한다. 이때 박정희는 이재복의 따뜻한 인간미와 우정에 끌려 마침내 남로당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재복 목사는 1903년생으로 1939년 이재봉이라는 이름으로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의 동지사대학을 졸업한 뒤 평양 숭의여고 출신으로 산파학원에 다니고 있던 공지길과 결혼하였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경북 영천 읍내의 중앙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19491218일 김창룡 대위 이하 3명에 의해 서울에서 체포되었다. 당시 그는 이근민, 박영근, 오일환, 이일도 등 네 개의 가명을 가지고 있었다. [2013.11.16. 한국장로신문/민경배 목사]
  13. 숙군(肅軍) - 기강이 서 있는 않은 군대나 부정을 저지른 군인들을 엄하게 다스려 바로잡음
  14. 범용기에는 김일안(金一安)으로 되어 있으나 김안일(金安一)이다.
    김안일(金安一, 1917~2014) - 전남 해남 출생. 1936년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근무하다가 1947년 조선경비사관학교 2기로 입교해 군인이 되었다. 1949년 당시 소령으로 육군본부 정보국 특무과장(3과장)을 역임하고 있었는데 당시 숙군을 담당한 책임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후에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로부터 혁명정부 참여를 제의받았지만 거절하였다. 1975년에 대한예수교장로회 목사 안수를 받고 1988년 서울 평양신학교에서 신학연구원장을 맡는 등 목회자로 활동하였다.
  15. 상신(上申) - 윗사람이나 상급 기관에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사정을 말이나 글로 보고함
  16. 신성모(申性模, 1891~1960) - 경남 의령 출생. 안희제 등이 조직한 비밀결사 대동청년단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서울에서 보성법률상업학교를 나왔다. 1912년 상하이로 건너가 우숭상선학교를 거쳐 난징해군군관학교에서 무선전신을 배웠다. 해방 후 귀국하여 2대 내무부장관, 19493월에 2대 국방부장관으로 취임했으며 19504월부터11월까지 국무총리 서리를 겸직했다. 1951년 초에 발생한 거창양민학살사건으로 경질되었다. 1956년 한국해양대학 학장으로 임명되었는데, 419혁명이 일어나 거창양민학살이 문제화되는 가운데 5월에 학장을 사임하고 529일에 뇌일혈로 사망했다.
  17. 종선(縱線) - 세로로 그은 줄
  18. 볼셰비키(Bolshevik) - 레닌의 추종자들로 구성되었으며 당 중앙위원회와 기관지 <이스크라> 편집진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스스로 볼셰비키라는 이름을 썼으며 반대파에게는 소수파를 뜻하는 멘셰비키라는 이름을 붙였다.
  19. 상승일로(上昇一路) - 오로지 한길로만 계속 올라가거나 발전함
  20. 화신(化身) - 어떤 추상적인 특질이 구체화되거나 유형화된 것, 부처가 중셍을 구제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모습을 바꾸어 이 세상에 나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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