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112) 5ㆍ16 군사반란 1961 - 혁명공약 5개조

혁명공약 5개조

 

박정희는 혁명공약을 발표했다.

 

반공을 국시[1]로 한다.

국련헌장, 국제공약, 자유 우방과의 유대강화 등을 준수하고 충실하게 이행한다.

한국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2]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덕과 민족정기를 다시 세우기 위하여 참신한 기풍을 진작[3]시킨다.

기아선상의 민생고를 조속히 해결하고 국가자립경제를 재건하는 데 전력한다.

국토 통일을 위하여 공산주의와 대결할 실력을 배양[4]한다.

이상에 열거한 우리의 과업을 성취하는 때, 참신하고 양심적인 인사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5]하고 군인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제6항이다.

군인 본연의 임무, 국방에만 전력하는 날이 오게 하기 위한 준비조항이 다짐돼 있기 때문이다.

‘3한국 사회에서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한다는 것은 백년하청[6]을 바라는 것과 같다. ‘부패는 인간성 자체 안에 뿌리내린 제2천성이다. 그것을 일소할 때까지집권한다는 것은 거의 무제한적 장기집권을 의미한다.

민족정기국민도덕을 재건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일본 관동군 장교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가령, 그것을 진지하게 이행한다 하더라도 그 성과는 역사의 아득한 미래에나 거둘 수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이것도 장기집권 선언이다.

 

어떤 인간에게 정권을 이양하느냐?

참신하고’, ‘양심적인’, ‘인사에게라고 했다. 참신’, ‘양심적이란 가치 기준은 누가 세우며 어떤 내용인가? 심판자는 누구인가?

정권을 양도하려는 군정 수반 자신이 측정하는 기준이고 내용일 것이다.

개인의 참신성과 양심을 어떻게 투시하느냐? 물건이 아닌 자유하는 영의 세계를 어둠의 아들이 어떻게 바르게 측정할 수 있겠는가?

이것도 무제한적 집권을 암시한 것이다.

 

가령 그런 인물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곧 정권을 이양한다는 약속은 없다. ‘언제든지란 기한은 있으나마나한 시간 개념이다.

언제언제? 애매한 개념이다.

 

가령 그런 시간이 온다 하더라도 그 인간에게 정권을 이양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때부터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왜 속히 이양하지 않느냐?

아직 준비가 덜 돼서 그런다……하고 얼마든지 발뺌할 여유를 마련해 둔 것이라 하겠다.

결국 혁명공약자체가 장기 집권공약이 됐다고 보겠다. 다만 그것이 달콤한 당의(糖衣)[7]를 입고 데뷰한 것뿐이다.


[각주]

  1. 국시(國是) - 국민 전체가 지지하는 국가의 이념이나 국정의 근본 방침
  2. 구악(舊惡) - 예전 사회의 여러 악습이나 병폐
  3. 진작(振作) - 정신이나 기세를 떨쳐 일으킴
  4. 배양(培養) - 인격, 사상, 능력 따위가 발전하도록 가르쳐 기름
  5. 이양(移讓) - 권리나 의무 따위를 남에게 넘김
  6. 백년하청(百年河淸) - 어떤 이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루어지기 어려움. 중국의 황허(黃河)는 늘 흐려서 맑을 때가 없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출전은 좌씨전(左氏傳), 양공(襄公)이다.
  7. 당의(糖衣) - 약을 먹기 좋게 하거나 휘발 성분이 없어지지 않도록 약의 겉에 당을 입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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