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5일 금요일

[범용기 제2권] (19) 해방 후 한국교회의 재건 운동과 그 시련 - 화재

화재

 

송창근 학장의 사택인, 전 천리교 관장 저택은 이층 건물로서 호사로웠다.[1] 옆에 붙은 밖같마루[2]는 걸음걸음 기러기 소리가 삐걱인다. 저택은 대강당에 연결되었다.

 

조선인 천리교인들이 유포시키는 불바다 된다는 유언비어도 있고 해서 화재에는 특별감시를 빼지 않았다. 자정까지 당번이 돈다. 그런데 그해 늦은 가을 어느 밤중에 대강당에 불이 나서 눈 깜짝 동안에 송창근 사택에 연소[3]했다. 그때 만우의 맏며느리인 윤규 아내가 해산한지 한두 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윤규[4]는 갓난애를 싸안고 이층에서 뛰어내렸다.

애기도 아빠도 아무렇지 않았다.

 

대강당은 도서관으로 겸용할 작정이었기에 만우는 빈손으로 송환되는 일본 목사들에게서 장서를 기증 받아 두 추럭[5]에 무겁게 실어왔다. 아직 대강당 구석에 마구 쌓아 뒀다. 서재의 장서가 추럭에 실릴 때 일본 목사는 책을 얼싸안고 통곡하더라 했다.

어쨌든, 책도 대강당도 만우집도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학생, 교수, 직원 할 것 없이 목숨 걸고 소방원 노릇했다. 나는 만우식구를 에스콭[6]해서 집에 안내했다. 소방대 덕분에 불은 껐다. 경찰에서 화재원인을 조사할 때, 학생들 몇 사람은 어떤 젊은이가 대문켠으로 도망치면서 불이야하고 외치는 것을 봤다고 증언한다. 조선인 천리교회 관리자가 앙갚음으로 방화한 것이 아닌가하는 심증이 컸다.


[미국 유학시절 - 송창근과 함께]


[각주]

  1. 호사롭다 호화롭게 사치를 부리는 데가 있다.
  2. 바깥마루의 오기인 듯
  3. 연소(延燒) - 불길이 부근의 다른 곳까지 번져 탐
  4. 송윤규 만우 송창근의 아들, 부산영락교회 장로, 부산아동병원 원장과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5. 추럭 트럭(짐을 실어나르는 자동차)
  6. 에스코트(escort) -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무사하도록 주위에서 호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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