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93) 다시 “한신” 캠퍼스에 - “한신” 캠퍼스에

한신캠퍼스에

 

나는 조승제의 강권(强勸)으로 서울에 오기는 했지만 한신 캠퍼스에 들어가기는 싫었다. 신당동 박억섭 집에 들러 거기서 유숙했다. 박억섭은 경동교회 창설 때 교인으로서 서울공대 졸업생이다. 그는 서울 공대를 졸업했지만 실업계에 진출하여 홍콩ㆍ대만 등지와의 무역에서 적잖이 성공(?)했다. 주택도 호화롭게 생활도 넉넉했다. 그는 전에도 내가 피곤할 때면 언제든지 자기 집에서 몇 주일이고 쉬라고 했다.

지금 나는 진짜로 피곤해졌다.

그는 내 방을 따로 마련하고 신학교에는 비밀로 진짜 정양[1]을 즐기게 한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

신학생들이 알아채고 그때 3학년이던 박만서 군이 택시를 몰고 기습해서 나를 납치하다시피 캠퍼스에 운반했다.

전교생이 함성을 올리며 나를 공중에 치켜올린다.

그래서 다시 한신에 주저앉았다.


[각주]

  1. 정양(靜養) -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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