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6일 금요일

[범용기 제3권] (1) 머리말

머 리 말

 

장공이 범용한[1] 기록이나마 써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凡人(범인)[2]의 하나로서 그 생활기록을 남긴다는 것이겠다. 생각보다도 삶 자체를 써 보는 것이다. “위인[3]이 아니라도 은 그 어느 인간에게나 있었고 또 그 삶은 그의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고귀한 특권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내게 눈을 주셔서 저 푸른 하늘, 흰 구름, 해와 달, 별과 모래, 산과 들, 바다와 강 - 에덴의 동산을 보게 하시고 그 안에서 80평생을 살게 하셨으니 그것이 하도 고마워서 하나님께 보고라도 하고 싶어진 것이라 하겠다.

 

둘째로는 이 이 시간의 물결에 긁히고 갈기고 기억정기가 추운 날 체온처럼 창틈으로 새어 빠지기 전에 종이 조각에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욕심에서다. 다시 말해서 개가 바위에 갔다 온것 같다는 속담[4]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것 때문이겠다.

 

셋째로는, 장공이 무일푼의 방랑자로서 북미주와 유럽과 일본 등 넓은 지역을 편력[5]하는 동안, 그리고 간 데마다 流連(유연)하는 동안에 가정을 열어 맞이해 주시고 어떤 경우에는 오랜동안[6] 유숙[7]하게도 해 주시고, 같은 메시지를 앞장서서 전해 주시고, 단체로 선구자로 함께 행군해 주신 동지들에게 그 호의를 갚지는 못해도 고맙다는 인사라도 남겨 답례에 대신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는 기록에 분간이 있어야 하겠기에 더 많이 [8]에 속하는 기록은 野花園餘錄(야화원여록)이란 이름으로 책 마감에 부록처럼 붙였다. “인연이 있어 그것까지 읽어 주신다면 더욱 고맙겠다.

 

범용기3권은 1979년까지의 기록이니 이제도 두 권 더 나올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에 원고 교열에 수고한 이상철 박사와 출판을 맡아주신 칠성인쇄소 이인용 사장에게 감사한다.

 

- 장공


[각주]

  1. 범용(凡庸)하다 평범하여 다른 것과 비교해 볼 때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
  2. 범인(凡人) - 평범한 사람
  3. 위인(偉人) -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뛰어난 사람
  4. 개 바위 지나가는 격” - 개가 바위 위를 밟고 지나간들 자국이 남을 리가 없다는 뜻으로, 지나간 자국을 남기지 않아 찾을 길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 편력(遍歷) - 널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님
  6. 오랜동안 - ‘오랫동안’(매우 긴 시간 동안)의 비표준어
  7. 유숙(留宿) - 남의 집에서 묵음
  8. 캐나다에서 발행한 원문에는 으로 되어 있는데 문맥상 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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