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6일 금요일

[범용기 제3권] (5) 序章 : 1970년대 초기의 다양한 변화 - 희년잔치

희년잔치

 

1971년 쯤 나는 몸이 몹시 쇄약[1]해 있었다. 기침 때문에 나들이에는 남이 민망할 정도였고 기침 날 때마다 담[2]을 뱉아야 했으니 옆엣 사람이 기분좋을 리 없다. 그래도 신문사에는 나갔다.

기침약이라고 무시로[3] 먹으니 위가 실증[4]을 낸다. 식욕이 아주 없어진다.

결국 쇄약[5]만이 는다.

캐나다에 가 있는 자식들이 내 희년[6]을 기억하고 돈을 모아 이상철 목사가 가지고 왔다. 이 목사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6명의 목사들에게 상담훈련을 시키러 왔다. 큰 사위 신영희[7], 조카 김하용, 막내아들 관용 등이 역시 정성을 모아 융성한 잔치가 됐다. 친구들 한신졸업생들이 많이 모였다. 아카데미하우스에서였던 것 같다.

대한일보사에서 벽시계 하나 근사한 것을 보내왔다.

소변이 잘 통하지 않아서 피에 독이 섞여 돈다. [8]이 황달[9] 들린 것 같이 된다.

나는 하루 저녁 시내 여전도사들, 우리 졸업생 목사들, 기장 기관의 여러분을 크리스천아카데미에 초청하여 디너파티를 열었다. 나 자신은 한 입도 먹지 못했지만, 무언가 예수님의 최후만찬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상철 목사가 그때 마침 귀국해 있었기에 가족대표로 답사도 하곤 했다.

신문사 분들은 따로 딴 날에 뉴코리아호텔 라운지 식당에 초대했다.


[각주]

  1. 쇠약(衰弱) - 힘이나 세력 따위가 줄어서 약함
  2. () - 폐에서 목구멍에 이르는 공간에서 생기는 끈끈한 분비물
  3. 무시로 일정한 때가 없이 아무 때나
  4. 실증 - ‘싫증’(대상을 반갑지 않게 여기는 마음)의 비표준어
  5. 쇠약(衰弱) - 힘이나 세력 따위가 줄어서 약함
  6. 희년(稀年) - 드문 나이라는 뜻으로, 일흔 살을 이르는 말
  7. 신영희 장로 금호동 성호교회에서 장로로 임직받아(1963) 섬겼으며, 의사로 강원도 화천군 유촌리에 교회를 세워 전도하고 병원을 세워 치료해 주고, 야간 학교를 세워 마을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헌신하였고, 후에 마을 유지들이 뜻을 모아 송덕비를 세우기도 했다. 그의 아들(신민섭) 역시 성호교회에서 장로로 임직받아(2001) 교회를 섬겼으며 다른 아들은 목사가 되었다(신요섭 목사).
  8. , , 입 등이 있는 얼굴의 앞쪽 면
  9. 황달(黃疸) - 혈액 속의 담즙 색소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피부나 점액에 침착하여 노랗게 염색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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