悲壯(비장)한 決意(결의)
『십자군』 제1권 제2호, 1937. 6.
『장공김재준저작전집(전5권)』 한국신학대학출판부, 1971년, 제5권, 19~20.
『김재준전집(전18권)』 한신대학출판부, 1992년, 제1권, 99~100.
기우러진 社稷(사직)[1]을 걱정하여 謫所(적소)[2]의 月色(월색)에 잠 못드는 階伯(계백)[3] 將軍(장군)의 귀에 울려오는 最後(최후)의 警鐘(경종)소리! 唐兵(당병)은 이미 白江(백강)[4]에 오르고 羅軍(나군)은 벌서 鐵嶺(철령)을 넘어섰다. 嗚呼(오호)! 때는 이미 늦었도다. 그러나 이때에야 비로소 이 忠義(충의)의 名將(명장)은 겨우 謫所(적소)에서 다시 불려 出戰(출전)의 命(명)을 받게 되였다. 大勢(대세)는 이미 기우러젔지만 忠義(충의)는 아직도 萬代(만대)에 빗나리라. 그는 칼을 뽑아 사랑하는 妻子(처자)의 피로 最後(최후)의 告別(고별)을 故土(고토)에 맹서하고 五千(오천)의 決死隊(결사대)를 이끌어 新羅(신라)의 十萬大兵(10만대병)을 黃山(황산)에서 맞어 悲絶壯絶(비절장절)[5]한 最後(최후)의 大決戰(대결전)을 敢行(감행)하였다. 夫餘(부여)의 廢墟(폐허)를 스처가는 白馬江(백마강)의 흐르는 물에서 繁華(번화)[6]의 옛자취를 찾을 길 없지만 이 階伯(계백) 將軍(장군)의 悲壯(비장)한 決意(결의)로 그 歷史(역사)의 막음 페지를 꿈인 百濟(백제)의 精神(정신)은 永遠(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病席(병석)에서 이러난 武士(무사) 로욜라[7]! 甲冑(갑주)를 입고 長劍(장검)을 차고 말께 올라 길을 떠났다. 出戰(출전)하는 武士(무사)! 그의 말머리는 어듸로 돌리였는가? 멀리 地平線(지평선) 넘어는 半空(반공)에 削立(삭립)한 몬데랏[8]의 高峰(고봉), 그러고 그밑으로 起伏(기복)한 丘陵(구릉)은 橄欖(감람)과 葡萄(포도)로 푸르게 옷 입었다. 그의 말발굽은 橄欖(감람)나무 사이 葡萄(포도)동산 옆을 지나 시내를 건너 山(산)길로 들어 마츰내 저 몬데랏 高峰(고봉)의 三千五百尺(3,500척) 斷崖(단애)[9]우에 서있는 傳說(전설)의 寺院(사원) 몬데랏 敎堂(교당)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一五二二年(1522년) 御告祭日(어고제일)이었다. 그는 一般的(일반적) 告罪(고죄)[10]를 畢(필)한 다음에 甲冑(갑주)를 벗어 聖壇(성단) 앞에 놓고 칼을 떼여 聖壇(성단) 옆에 걸고 타고 온 말은 그 寺院(사원) 僧侶(승려)에게 주고 그 代身(대신)으로 褐衣繩帶(걸의승대)에 排囊(배낭)을 걸머진 後(후) 巡禮者(순례자)의 지팽이를 손에 쥐였다. 幽靈(유령)같은 달빛은 마루 우에 서물거리고 사탄의 검은 날개는 무덤에서 떨고 있었다. 지금 그는 西班牙(서반아) 王國(왕국)의 榮譽(영예)로운 武士職(무사직)에서 聖母(성모)의 武士(무사)로 就任(취임)하는 悲壯(비장)한 決意(결의)를 하고 있는 것이였다. 그리하여 기우러진 大厦(대하)[11] 天主敎會(천주교회)는 다시 제터우에 이러서게 되었다.
하나는 칼을 들고 나섰다. 다른 하나는 칼을 버리고 나섰다. 칼을 들었거나 칼을 버렸거나 武士道(무사도)의 精華(정화)임에는 다름 없다.
우리는 不滅(불멸)의 憧憬(동경)에 산다. 幻像(환상)과 꿈이 우리의 선물이다. 그러나 큰 꿈은 큰 決意(결의)를 要求(요구)한다. 우리는 悲壯(비장)한 決意(결의)로 推進(추진)하는 兵士(병사)다. 『손에 탑을 잡고 뒤를 도라다 보는 者(자)는 내게 合當(합당)치 않다』고 그리스도는 말씀하셨다. 武士(무사)의 길, 이것이 없이 世上(세상)에 忠義(충의)가 없다. 이것이 없이 敎會(교회)에 忠義(충의)도 없다.
[각주]
- 社稷(사직) - 나라나 조정, 왕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謫所(적소) - 예전에, 죄인을 귀양 보내는 곳을 이르던 말
- 階伯(계백, ?~660) 백제 의자왕 때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의 5만여 군사와 장렬히 싸운 백제의 장수
- 白江(백강) - 충청남도 부여군을 지나는 금강 하류를 일컫는 강, 백마강이라고도 부른다.
- 悲絶(비절)하다 – 더할 수 없이 슬프다. 壯絶(장절)하다 – 아주 장하고 뛰어나다
- 繁華(번화) - 번성하고 하려하다
- 이냐시오 데 로욜라(1491~1556) 로마 가톨릭의 사제, 예수회를 창립했다.
- 몬세라트(Montserrat) - 톱니 모양의 산이라는 의미
- 斷崖(단애) -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 告罪(고죄) - 스스로 지은 모든 죄를 천주나 사제 앞에서 고백함
- 大廈(대하) - 넓고 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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