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5일 금요일

[범용기 제3권] (179) 野花園餘錄 - 野榮(야영)과 東遊(동유)

野榮(야영)東遊(동유)[1]

 

79() - 경용 식구와 우리 두 늙은이 다같이 그린우드 공원 호반에 캠핑하러 간다. 주부인 효순은 밤새도록 준비에 바쁘다.

늙은 식구, 어린 식구, 다 거느리고 야외에서 며칠 지낸다는 것은 어느 정도 모험이기도 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평생 간호원 생활이니만큼 약품, 식품, 의복, 우비, 운동도구, 간식류, 펴고 잘 돗자리 묶으면 간단한 집 이삿짐 만큼이나 하다.

79() - 예정대로 경용ㆍ효순과 아이들, 늙은이 둘, 모두 Greenwood ParkCamping갔다.

밤늦게까지 우둥불[2] 앞에 둘러앉아 맥주 마시며 얘기한다.

711() - 경용 식구가, 이번 떠난 김에 Ottawa, Montreal, Quebeque까지 가 본다고 같이 가잔다.

밤 늦게사 몬트리얼에 왔다. 시내는 물에 잠긴 논밭 같아서 어두컴컴하다. 길가 어느 사가집에서 하로[3]밤 나그네 잠을 잤다.

712() - 아침에 관광 Bus로 시내 명소를 구경했다. 버스 운전사가 친절하게 설명한다.

노텔담 사원에도 들어가 봤다.

비가 온다. 걸어다니지는 못하게 됐다.

오후에 떠나서 퀘벡을 향해 달렸다. 현저하게 가난해 보이는 농촌이 간데마다 언덕 밑에 모여 앉았다. 그러나 주로 불란서 사람들이어서 주택들을 진한 색깔로 칠해 놓았다.

서희는 목장 지날 때마다 Cow()보고 좋아한다.

713() - 오후 한시에 떠나 집으로 달린다. 퍼붓는 비 속을 뛴다. Kingston에서 성채”, 소위 Citadel을 구경했다.

19세기 영국 근위대의 분열식 연기를 보았다.

계속 달려 밤 새로[4] 두시에사 집에 왔다. 라면 끓여먹고 맥주 한잔 곁들이니 피곤이 풀린다. 잘 잤다. “안면”(安眠)[5]은 하느님께 축복받은 사랑이다.

인간이 잠 못 잘 때 하느님도 안타까우실 거다.

718() - Washington의 문명자 여사가 Toronto를 방문했다.

사무실 응접실에서 민건위원 중심으로 시국좌담회를 열었다. 밤 늦게까지 문 여사의 Washington 정계비화를 들었다.

박정희는 수개월 안에 끝장날 것이라는 견해였다.

719() - 김병욱ㆍ김인숙 가정에서 문명자를 위한 Garden Party가 열렸다. 나도 초청돼서 동참했다.

730() - 문익환 목사 딸 연금[6]이 박성수 군과 결혼식을 올린다. 이상철 목사 주례, “장공이 축복했다.

730() 7:30PM Prince HotelCrown Room에서 정대위 박사의 회갑연에 참석했다.

정용원, 김주희 : 강태룡, 정성옥이 직계가족으로 초청한 것이었다.

장공박요수아가 축사했다.

賀客滿堂(하객만당)이었다.

정대위 박사는 한국신학대학 수난기에 곤고를 짊어지고 책임을 나눈 동지다. 지금 오타와의 Calton University 교수로 있다.

인류학 부문의 원시종교 연구가 그의 전공이다.

83() - 서울 관용에게서 성서해설재판한 것 2권이 보내왔다. “항공편이다.

85() - 연합교회 제직수양회 Camping장인 Greenwood 공원에 갔다. 2시간 반 Drive.

86() - 최동호 장로 뽀오트에 동승, 낚시를 던졌으나 고기와 인연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혼에 빈 광우리[7]로 돌아온다.

鈞魚日已暮(균어일이모) 天高月色新(천고월색신)”이라 읊조려 본다.

밤에는 연합교회 제직수양회에서 강연이라고 했다.

교회의 본질과 사명

87() - 10AM에 남아있는 몇 교인과 예배를 같이 했다. “크리스천의 자유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짜임새 있는 Pro여서 전체진행에 30분밖에 안 걸렸다.

예배 후에 다 같이 텐트 철거, 잔디밭 청소, 시상식 등이 진행됐다. “참가상” 1등은 박인순 씨가 탔다.

청소한 부스러기는 열두 광주리 정도가 아니었다.

오후 3시에 박인순 씨 차에 같이 스카아보로에 간다. 도중에서 카피테리아에 들러 박인순 씨가 점심 겸 저녁을 대접해 준다.

7시쯤에 경용 집에 돌아왔다.

88() - 7PM에 정동석ㆍ민혜기 가정에서 Dinner에 초청한다. 민혜기는, 궁중에서 수라상 책임자로 계시던 어머님의 요리솜씨를 물려받아 요리솜씨가 비범하다.

게젓은 파주의 진상젓갈에 못잖은 정도다.

811() - 6PM, 서울 주재 캐나다 여선교사 케렌트 양을 연합교회에서 만나 한국소식을 자세하게 들었다.

그는 자유한국을 위한 민주동지로서 수난자들에게 으로 으로 많은 도움을 줬고 계속 주고 있다.

814() - N.J.의 김병서 박사 부부가 하기 휴가로 캐나다에 왔다. 오늘 연합교회에서 설교하고 이어서 통일교에 대한 보고강연이 있었다. 역시 학자답게 신중했다.

816() - 와싱톤 민통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통고했다.

지난 1213일 일본민통대회에는 정부(한국) 폭력단이 유리창을 부수고 난입하여 12인의 부상자를 냈다고 일본신문에 보도되었다.

819() - 효순이 부친상을 당했다.

820() - 효순 부친상 추도예배를 이 목사 사회로 경용 집에서 드렸다. 현순 부부도 동참했다.

94() - 예배 후에 전우림 장로차로 미시사가의 정동석 목사 교회에 갔다.

이문우의 남편 김달수가 몬트리얼 맥길 신학교로 유학가는 길에 거기 들렸다기 때문이다.

반갑게 만나 여러 가지 소식을 들었다.

911() - 서울의 장하구, 장하린, 장하일 3형제를 연합교회에서 만났다.

926() - 동경 DAGA에서 일하던 김용복 박사를 만나 담화. 밤에 이 목사 집에서 계속했다.

927() - 오늘이 추석이란다.

토론토 대학에서 PH.D. Work 중인 김정근, 김영호, 박세진 등이 경화루라는 중국집에서 푸짐한 추석연을 베풀어 준다.

밤에는 효순이 차린 인절미와 색다른 추석 떡들을 나누며 온식구가 같이 즐겼다.

928() - 오후 1시에 이웃에 있는 Ecumenical Institute에서 “Asia Forum”을 발기한다고 해서 나도 가 보았다.

101() - 이 목사네 Open House에 참석했다.

103() - 김석영 부부가 수일 전에 차남 ()”의 초청으로 이민해 왔다고 사무실에 내방했다.

106() - 재추(在秋)가 찾아왔다. 1018일에 귀국 예정이란다. 딸 초청으로 이민왔었지만 딸이 부양할 수 없게 됐으니 송환될 밖에 없다는 것이다.

109() - 미시사가 정동석 목사 교회원들과 함께 머스코카 산악지대에 단풍구경 겸 야외예배로 동행했다.

비오는 날이라, 야외예배로서는 격이 아니다. 그러나 빗속에서도 절경이긴 했다. 짙고 얕은, 만산추색(滿山秋色)이 호수와 어울려 원근(原根)이 한 화폭을 그렸다. 전세뻐스였기에 버스 속에서 예배했다.

오늘은 그 교회의 창립 1주년 기념이란다. 그런 저런 의미를 섞어 간단히 설교했다.

밤중에 혜원이네로 왔다.

1010() - 오늘은 놀랄만큼 청명하다. 인철, 혜원, 지영, 할머니 모두가 진짜 단풍놀이 간다고 브램톤 지나 오랜지빌까지 농촌을 누비며 갔다.

오랜지빌언덕 위는 소풍 가족으로 빈틈 없이 차가 길을 막았다. 산과 계곡의 풍림(楓林)을 즐기고 도시락 먹고 늦게 경용이네로 왔다.

오늘은 감사절이기도 하다.

효순은 감사절 디너를 차려놓고 영철이 식구, 현순이 식구 다 청했다.

1013() - 오전 10시에 시내 Bloor St. W. 사층 102호실에서 검찰관 MurryCitizenship interview[8]한다고 통지를 보내왔기에 가서 약 5분간 문답했다.

3개월 후면 나올 것이라고 한다.

1015() - 이 목사, 정학필 장로, 전충림 사장 부부, 김희섭 박사 부부 등이 Mildmay 박하규 박사 댁에로 갔다.

Mrs. 박의 어머니, 그러니까 박 박사 장모님이 본국에서 졸지에 세상 떠나셔서 추도의 모임을 가진 것이다.

고 이해영 목사 따님과 둘째 자부[9]도 동참했다.

1015() - 박하규 박사 댁에서 돌아오는 길에 연합교회 특별집회 강사로 초빙된 이승만 박사와 Korea House에서 저녁식사, 그리고 교회에서 중동지방 영화를 보고 다과를 나누며 문답도 했다.

밤 한시에 경용 집에 왔다.

1016() - 최덕신 장군, 최홍희 장군을 이 목사가 Korea House에서 초대, 나도 같이 간담했다.

이승만 박사가 설교했다. 이 박사는 밤 비행기로 N.Y.에로 떠난다.

1018() - 김익선[10] 목사와 그 가족이 연합교회 부목사로 이민해 왔다.

도농 이학우 부인 박정숙 여사(걸스카우트 사무총장)가 캐나다 시찰왔다가 사무실에 내방했다.

115() - 서독의 이삼열 내방, 4시간 담화했다.

1110() - 기장총무 박재봉 목사가 사무실에 들러 장시간 대담했다.

스캇 박사가 사무실에 들렀다. 93세의 노령인데도 정정하다. 그러나 무리인 것 같았다.

1111() -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은용이네서 모여 선물 드리고 절하고 한다.

1118() - 박찬웅, 김정근과 나 셋이서 Brantford 사설양로원에 스캇 박사를 방문했다.

1123() - 최덕신[11] 중장, 최홍희 소장, 임창영 박사, ○○ 대령, 고은 씨 등 일행이 내 사무실에 예방했다.

만찬을 최홍희 장군 댁에서 함께 하자고 한다. 나는 사절했다.

1213() - 권영진 목사가 Toronto에 내방하여 장시간 담화했다. 작년 기장 총회장이어서 캐나다 연합교회 본부에서 초청한다.

 

- 1977년 마감 -


[각주]

  1. 동유(東遊) - 동쪽 방면의 여러 고장을 두루 거침
  2. 우둥불 - ‘모닥불의 방언
  3. 하로 - ‘하루의 방언
  4. 새로 12시를 넘긴 시각 앞에 쓰여, 시각이 다시 시작됨을 이르는 말
  5. 안면(安眠) - 편안히 잠을 잠
  6. 문영금의 오기
  7. 광우리 - ‘광주리’(대오리나 싸리, 버들 따위로 엮어 만든 그릇)의 비표준어
  8. Citizenship interview 시민권 취득을 위한 면접
  9. 자부(子婦) - 아들의 아내, 며느리
  10. 김익선 목사는 함북신학원 출신으로 안희국 교수의 소개로 한신대학에 편입하여 1954년 졸업하였다. 1957년 캐나다 유학 후 한일교회에서 교육담당, 협동목사로 사역하였다. 1977년 캐나다로 이민하여 토론토 한인사회를 이끌었다.
  11. 최덕신(崔德新, 1914~1989) - 평안북도 의주 출생. 1936년 중국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하고 광복군에 복무하여 민족운동에 참여하였다. 광복 이후 1946년 육군사관학교 특별반 과정을 마치고 1949년 미국 포트릴리육군종합학교를 거쳐 미국 포트베닝보병학교를 졸업하였다. 625 전쟁에 참전하였고, 1953년 휴전협정 때 국군소장으로 UN군사령관 클라크 장군을 보좌하여 휴전협정 조인에 관여하였다. 1963년 주 서독대사를 역임하고, 1967년 제7대 천도교 교령, 1974년 반공연맹 이사 등 요직을 거쳤다. 천도교계에서 실권이 박탈된 뒤 박정희 정부와의 불화로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16월 북한 평양을 방문하고, 1986년 아내 유미영과 함께 북한에 정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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