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除夜回錄(제야회록)
79년 나에게 액운의 해였고 시련의 해였다. 그리고 노망(老妄)스런 해기도 했다.
가정적으로 맏딸 정자를 지난 연말에 먼저 보내고 금년에는 조카며느리 정옥을 저 세상에 앞세우고 줄곳 병석에서 신음하고 내 몸도 이런 병 저런 병으로 쇠잔한 생명을 먹고 있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읽는다.
“今是而昨非”(금시이작비)[1]가 “주홍글씨”처럼 내 살에 파고 든다. 그러나 언제든지 주님 은혜는 내 허물보다 컸다.
論語子張篇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子貢曰君子之過也如日月之食 焉過也人皆見之更也人皆仰之
(군자의 과오는 일식이나 월식과 같다. 과오가 있으면 사람들이 다 이를 보아 알고 그것을 고치면 사람들이 다 우러러 본다.)
“군자”란 것은 “도덕적인 지성인”을 말한다. 나 같은 인간이 “군자”축에 들겠는지, “소인”배에 들것인지 모르긴 하지만, 기독교적 입장에서는 전자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아직도 “소인”의 테두리를 방황한다.
“전 우주와 만물, 전 인간과 역사”를 “신”의 사랑 안에서 포옹하는 그날이 오면 그 밝은 속량의 찬가가 그 검은 배경 때문에 더욱 돋보일 것이 아닐까.
시편 제1편을 읽으며 제야의 종을 울려보낸다. (끝)
[각주]
- 今是而昨非(금시이작비) - 오늘은 옳고 어제는 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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