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일 월요일

[범용기 제3권] (27) 1974. 1. 8 긴급조치 - 삭발로 항거

삭발로 항거

 

19731117일 한국신학대학생들이 단식투쟁에 들어갔을 때 일이다. 문교부에서는 총학장을 못견디게 굴었다. 학생들의 반정부운동을 단속할 책임이 총학장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소위 사립학교법안이란 데 보면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총학장이 학생들을 제지하려 들면 학생들에게 놀림감으로 경멸된다. CIA 끄나풀 취급을 당하기 마련인 경우가 많다. 한신대 교수들에게도 문교부 지시가 엄달[1]됐다. 그러나 한신대에서는 학생과 교수와 학장이 일체가 되어 있었기에 교수들과 학생들이 다같이 삭발(削髮) - 머리칼을 면도로 밀어버리는 것으로 데모에 대신했다. 마침 그 날에 함석헌이 한신대에 딴 일로 갔다가 그 광경에 감격해서 돌아오는 길에 고려대에 들러 총장실 구석에선가 고대 전속 이발사를 불러 삭발하고 그 풍채좋은 수염도 깎아 버렸다. 인상적인 항거였다.

 

어느 날 길에서 그를 만났다.

김 목사도 머리를 깎으오!”

나는 농담삼아 말했다.

당신은 깎는 것으로 항거를 표시했지만, 나는 기르는 것으로 항거할 거요.”

 

그때부터 나는 머리도 수염도 깎지 않았다. 대뜸 자란다.

몇 오래기 안되는 수염이 입술 위 아래에서 한들거린다. 손이 제절로 그걸 훔치적거리게 된다. 그런 모습으로 캐나다에 온 것이었다.


[각주]

  1. 엄달(嚴達) - 명령이나 지시 따위를 엄중히 전달함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