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8일 목요일

[범용기 제4권] (115) 후기

후기

 

수집한 短章’(단장)들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것도 섞여 있지만, 주로 3일 권두언이나 단상난에 발표했던 것을 그대로, 또는 얼마 손질해서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50여 편은 민중신문에 발표했던 것입니다.

왜 뒤늦게 그런 묵은 글을 모으느냐고 나무랄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유가 있습니다.

 

(1) 본국의 시인으로서 구약전문 학자인 문익환 목사가 일시 감옥에서 풀려나와 있는 동안에 동지들과 함께 출판사에 의논하여 4문고라는 이름으로 Paper Back 포켓 총서를 내기로 했답니다. 그 첫 권이 3” ‘권두언을 모은 것이었습니다. 몇 권 캐나다에도 숨어들어왔기에 나도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출판되자마자 압수되어 햇빛을 못보고 말았습니다.

문 목사는 지금도 감옥에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내는 것으로 문 목사의 아쉬움을 다소라도 덜어드리고 싶어진 것입니다.

(2) 나 자신의 경우에서 말한다면, “短章”(단장)이란 것은 斷想”(단상)을 모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상이란 것은 하늘의 섬광(閃光)[1], 반짝 빛나는 순간에 깜박 사라지는 빛입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그 빛은 심연에 잠겨 다시 떠오를 약속이 없습니다.

그래서 범용자는 범용[2]한대로의 섬광物相(물상)으로 남기려는 것입니다.


[각주]

  1. 섬광(閃光) - 순간적으로 강하게 번쩍거리며 비치는 빛
  2. 범용(凡庸) - 됨됨이가 평범하고 변변하지 못함. 또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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