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1일 목요일

[범용기 제4권] (22) 主人(주인)과 主役(주역) - 주홍글씨

주홍글씨

 

주홍같이 붉은 죄, 눈과 같이 희여지다.” 주홍이란 물감은 표백을 거부하는 색깔인 것 같다. 한번 배여들면 씻어도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이 죄과 죄책 죄벌 등등이 자신의 양심에 파고들 때, 그에게는 면죄부가 없다.

나다나엘 호오도온[1]주홍글씨[2]를 연상한다.

그 주홍글씨는 살 속에 파고 든다. 심장의 고동 속에 섞여 돈다. 피부에 그려진 것이라면 목간통에서 해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홍글씨는 그럴 수 없다.

그 실존 전체가 그를 정죄한다. 누가 아는 것도 아니고 누가 뭐라지도 않는데도 그는 탈옥수 같이 불안하다. 그까짓 것 잡혀 죽으면 그만이지! 죽어버리자! 거기에도 해결은 없다. 죽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죽은 다음의 수수께끼가 더 무섭다.

출구가 없다. “잊어버려라잊어지지도 않는다. “기억역시 신비한 심판자여서 죄과를 들쑤셔서 잠못자게 한다. “스포츠. “스피드를 낸다. 천리 만리 달린 것 같은데 사실은 쳇바퀴 속을 달린 다람쥐였다. 마라톤 거리만큼 뛰었다. 그러나 벽으로 뺑 돌려 막힌 감옥의 어느 홀을 돌고 또 돈 것이다.

요새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을 자연질서 안에서만 하려는 것 같다. 흙에서 났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 지극히 당연한 질서다. 그건 신진대사(Meta- bolism)[3]. 다음 세대에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생명의 지혜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이면서 동물의 차원을 초월한 존재다. “하나님의 형상이란 영의 질서가 인간 창조의 원형(Prototype)이다. 인간의 몸이 자연질서 안에 예속된 것은 범죄에 의한 타락상이라고 성서는 말한다. 다시 말한다면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은 자연이 아니라 부자연현상이란 것이다. “인간회복이란 원형에로 회복된 인간상을 말한다. 적어도 예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걸 위해 을 십자가에 박았다. 그래서 속속들이 배여든 인간 감옥에 출구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주홍글씨를 눈빛처럼 희게 씻어낸다. 죄악에서의 해방 없는 인간해방이란 “Sham”[4]이다.

[1980. 4.17]


[각주]

  1.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 - 우의적ㆍ상징적인 이야기를 잘 묘사한 미국문학의 위대한 소설가. 주홍글씨일곱 박공의 집<큰 바위 얼굴>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너새니얼 호손은 젊은이로서 뚜렷한 개성은 없었지만 책을 읽고 소설작법을 터득하려고 노력하면서 젊은 날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팬쇼라는 미숙한 소설을 써서 자비로 출간했는데, 결국 만족하지 못해 사본을 모두 없애려고 했다. 그러나 곧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와 문체, 주제를 찾아냈으며, 몇 년 안에 뛰어난 단편들을 발표했다. 결혼 후 가족이 늘어나고 빚도 쌓이면서 1845년 호손은 세관의 검사관으로 일헀고, 몇 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노력한 끝에 걸작 주홍글씨를 발표했다. 이 소설로 명성을 얻었고, 영국 리버풀 주재 영사가 되기도 했다.
  2.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 미국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대표적 장편소설(1850). 17세기 미국의 어둡고 준엄한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죄 지은 자의 고독한 심리를 묘사한 이 작품은 짜임새 있는 치밀한 구성과 심오한 주제 등으로 19세기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3. 신진대사(新陳代謝) - 생명 유지를 위해 생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물질의 화학 변화. 외부로부터 섭취한 물질을 합성이나 분해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로 바꾸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몸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4. sham 가짜, 속임, 엉터리, 가짜의, 거짓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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