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1일 목요일

[범용기 제4권] (23) 主人(주인)과 主役(주역) - 썩는다는 것

썩는다는 것

 

내가 너를 내 백성의 심판자로 세웠다.

그들을 눈여겨 보고 그들 행동을 쪼개 보라.

 

그들 모두가 더 없이 목 곧은 반역자다.

중상모략의 행상인이다.

최후의 한 사람까지 썩었다.

 

풀무는 세찬 바람을 뿜어도

납찌꺼기(Lead)는 매양 남는다.

제련이 무슨 소용이냐

악한 것들은 꼼짝도 안 하는데.”

(예레미야 6:27, 28)[1]

 

이 구절은 요시야[2] 왕의 종교개혁에 대한 비판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부패성이란 인간의 고질이다. 칼빈이 인간성의 전적부패(Total Depravity)를 기독교 교리로 중요시한 것은 잘못이랄 수 없겠다.

개인 자유가 개인 부패를 촉진한다. 그래서 그 자유를 박탈한다. 그러면 그 개인은 박탈자의 사냥개로 부패한다.

개인을 전체인으로 만들면 그 체제가 그 개인을 바르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다북쑥[3]이 삼밭에 끼어 자라면 붙들지 않아도 꼿꼿해진다는 논조다. 그래서 체제만능 만전체제를 만든다. 그 다음 순간에 체제만 남고 인간은 없다. 체제라는 몰록[4] 신은 인간을 먹고 사는 우상이다.

비교적 선한 개인들이 비교적 선한 체제를 만든다. 그래도 그 속에 납찌꺼기는 남는다. 그러길래 至聖(지성)”인 개인도 없고 이상적 사회, 유토피아[5]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우리 인간은 하나님 앞에 참회의 시간을 갖고 사람 앞에 회개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래서 비판하고 비판받고 토의하고 중론을 따른다. 그래서 겨우 큰 허물없이 임무를 감당한다. 그것이 민주질서다.

너희 못난 것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 밤낮 난상공의[6]해서 결정한다 해도 못난 결론밖에 나올 게 무어냐? 그 시간과 그 정력으로 우선 잘난 사람들 하라는 대로나 해라, 그러면 너희도 잘난 사람 구실을 하게 된다. 내가 다 맡아 해 주마! 그래서 독재자가 등장한다. 일이란 것은 그가 도맡는다. 다른 인간들은 할 일이 없다. 독창적으로 자유로 할 일이 없단 말이다. 먹고 살아야 하겠으니 시키는 대로 한다. 못난 것 노릇하려니 분하다. 분해도 풀 데가 없다. 에라, 되는대로 되자. 그래서 썩는다. 독재자는 썩인다. 썩이는 동안에 자기도 썩는다. 그래서 썩여서 먹고 먹고서 썩는다. 독재정치와 부패정치는 인간부패의 전매청이다.

 

[1979. 5]


[각주]

  1. 내가 이미 너를 내 백성 중에 망대와 요새로 삼아 그들의 길을 알고 살피게 하였노라 그들은 다 심히 반역한 자며 비방하며 돌아다니는 자며 그들은 놋과 철이며 다 사악한 자라 풀무불을 맹렬히 불면 그 불에 납이 살라져서 단련하는 자의 일이 엇되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악한 자가 제거되지 아니하나니 사람들이 그들을 내버린 은이라 부르게 될 것은 여호와께서 그들을 버렸음이라”(예레미야 6:27~29, 개역개정)
  2. 요시야 분열 유다 왕국의 16대 왕(BC 640~609)으로 재임 중 종교개혁을 단행하였다. 요시야는 앗시리아 제국을 돕기 위해 유프라데스 강 가에 있는 갈그미스로 출전하려고 하는 이집트의 느고를 막으려다 므깃도에서 전사한다.
  3. 다북쑥 국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
  4. 몰록(Moloch) - 고대 셈 족이 섬기던 화신(火神). 어린아이를 불 속에 던져 제사 지냈다.
  5. 유토피아(Utopia) - 이상으로 그리는 가장 완벽하고 평화로운 사회. 영국의 모어(More)가 지은 공상 사회 소설. 1515년에서 1516년 사이에 지어졌다.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으로, 공산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 정치 체제 및 교육과 종교의 자유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가상의 이상국을 그린 작품이며, 유럽 사상사에서 독자적인 계보를 형성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6. 난상공의(爛商公議) - 여러 사람이 모여서 충분히 의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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