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1일 목요일

[범용기 제4권] (25) 主人(주인)과 主役(주역) - 능동과 창조

능동과 창조

 

사람들, 특히 아세아 사람들은 대체로수동적인 생태로 산다. 그렇다고 예외가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말하자면 전제군주 앞에서의 諫爭(간쟁)[1]같은 것은 목숨 건 항변이니만큼 능동적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러나 근대적인 혁명에까지 밀고 나가지는 못했다. 결과로는 실패작이다. 사육신(死六臣), 생육신[2] 모두 고고한 자기 희생의 외로운 자랑만을 남긴 것이 아닐까?

어명에는 거역이 없다!”

대통령 지시인데 우선 따르고 봐야지! 그가 그 위치를 가진 것이 찬탈이냐 합법이냐는 논하기에 너무 늦었다. ‘이기면 군왕이오, 지면 역적이라잖나!”

결국은 이 정의다. “힘센 놈에게 칡넝쿨처럼 감겨서 살자한다.

군인사회는 명령과 복종으로 통솔된다. 때로는 참모회의 같은데서 전략, 전술에 이견(異見)이 불꽃을 튀긴다. 그러나 마감 판단은 사령관의 명령이요 의견이 아니다. “이건 명령이다하면 그것으로 끝난다. 다음에는 전투가 있을 뿐이다. “군대화수동이다. “군정에 알맞은 맨탈리티.

이런 현실에서 군대가 정부를 군대식 전투로 점령한다. “총력전이다. “모두모두 군대처럼 되라!” “항명하면 군법으로 처단한다.” “하극상이기 때문이다 한다.

그러나 3천만 국민은 군인도 아니고, 군율도 싫어한다. 우리는 로보트도 종도, 하인도 아니다. 우리는 오뚝이탈바가지도 아니다. 우리는 종로 네거리를 제멋대로 걸으련다. 내가 벌어 내 식구 살리고, 내 집 갖고, 될 수만 있으면 내 화초도 심고, 내 정원도 가꾸고 싶다. 그런데 어떤 군인이 칼 빼들고 건널목에서 눈을 부라리며 우로 갓!” “앞으로 갓!” 하고 호통을 친다면 저 녀석 돌았나?” “진짜 웃기네!” 밖에 뱉을 말이 없을 것 같다.

어쨌든, 군사정부란 전체 국민을 수동적으로 평준화하는 것이 평등이고 안보질서라고 생각한다. 옳든 궂든 제 말이 서잖으면 밸[3]이 뒤틀려 광증이 생기는 모양이다.

다윈[4]은 생물 진화의 요인을 외적으로 환경 즉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고, 그 더 강한 힘으로 환경을 지배하는 놈이 좋은 씨를 남겨 진화된다고 했다. 그러나 샬단[5]은 생물 자체 안에 있는 스스로의 능동성이 새로운 창조에로 그를 밀어 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물학적, 심리적인 Sphere에서, 100만 년 전에 우리 유성에 가장 운명적인 순간이 오게 됐다. “인간의 출현이다.” 인간은 전 우주의 범위와 모든 과거의 Spheres()를 그 존재 안에 간직하면서 그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시킬 수 없는 딴 Sphere 즉 그가 말하는 Noosphere,[6] 능동적으로 창조하는 지성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는 이제 자주, 자립, 독립된 창조하는 개체로서의 응결된 덩어리다. 자기를 초월하여 자기를 보는 불가분, 불가압의 신상이다.

수동자는 안전하면서도 비창조적이다. 능동자는 고생과 실패 속에서도 창조한다. 지금 한국의 별 같이, 불꽃 같이 폭발하는 지성들이 저급한 폭력에 눌려 창조와 진화의 행진에서 탈락된다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우주적인 범죄에 해당된다. 백만 년 걸린 하나님의 성업(聖業)을 똥 묻은 군화로 짓밟는 것이 가 아니겠는가?

 

[1981. 5. 17]


[각주]

  1. 간쟁(諫爭) - 임금이나 윗사람에게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간절히 말함
  2. 생육신(生六臣) - 조선 시대,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자 벼슬을 버림으로써 절개를 지킨 여섯 신하. 이맹전(李孟專), 조여(趙旅), 원호(元昊), 김시습(金時習), 성담수(成聃壽), 남효온(南孝溫) 또는 권절(權節)을 이른다.
  3. 성미나 자존심 또는 자기만의 생각이 자리잡은 가상의 처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속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배짱을 속되게 이르는 말
  4. 다윈(Charles Robert Darwin) - 영국의 생물학자(1809~1882). 해군 측량선 비글호에 승선하여 남반구를 탐사하고 그 관찰 기록을 연구하여 진화론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1858년에는 저서 ()의 기원을 발표하여 자연 선택설에 의한 생물 진화론을 발표하였다.
  5.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 프랑스의 신학자ㆍ고고학자ㆍ인류학자(1881~1955).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주장하였으며, 종교적 문명론과 진화론적 문명론을 전개하였다. 저서에 현상(現象)으로서의 인간이 있다.
  6. Noosphere 인지권(人智圈 ) - 이론생물학에서 인간의 개념적 사고에 의해 강하게 영향을 받는 생물계의 일부. 과학이론가인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베르나드스키, 에두아르 드 루아가 제시한 이 개념은 지권인 무생물계나 생물생활권인 생물계와 대립되는 지적 차원의 것이다. 인지권에 대해 인간이 생활하고 지배하며 인간의 활동에 의해 물리적인 영향을 받는 생물권의 한 부분을 인지권이라 하는데 때로 인지권과 동연개념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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