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2일 금요일

[범용기 제4권] (48) 군인 정치 - 군대 귀신과 돼지 떼

군대 귀신과 돼지 떼

 

유대 풍속에서 무덤이라면 우리가 말하는 무덤처럼 땅을 곧추 파고 그 구덩이에 시신을 내려 눕히고 흙으로 메꾸는 그런 뽄새[1]가 아니다. 그들은 언덕이나 절벽을 옆으로 파들어가 방 같은 공간을 만들고 그 속, 등상[2] 비슷한 침대 위에서 시신을 눕히고 아궁이를 바위 같은 것으로 막아 두는 것이다. 오래 가면 시신은 사그러지고 뼈까지도 부서져 흙이 되고 돌도 굴러 없어지고 무덤 자리만이 헤웅하게 빈 방처럼 남는다. 거지나 문둥병자의 하룻밤 여관 구실도 한다.

여기서 상주(常住)하는 한 정신병자가 있었다. 그는 마구 횡포를 부린다. 힘이 장사여서 동네 사람들이 달라붙어 밧줄로 동이고 쇠사슬로 묶고 쇠고랑을 채우고 해도 몸을 움찍하면[3] 썩은 새끼줄처럼 끊어져 버린다. 그는 온 동네의 한 무서움이 됐다. 지나가던 예수가 거기 들렀다. 이 사귀들린(정신병자) 사람은 예수가 누군지를 알기 때문에 자기를 마구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애걸한다. 예수는 물었다.

네 이름이 뭐냐?”

저는 레기온, 즉 군대 귀신입니다”(레기온은 3천 명에서 6천 명 정도의 군단 병력이다).

그 옆에 놓아 기르는 수백 마리 돼지 떼가 있었다. 군대 귀신은 그 돼지들 속에 들어앉게 해달라고 빌었다. 예수가 허락했다. 돼지 수백 마리가 절벽으로 내달아 호수에 빠져 죽었다. 돼지 임자는 무서워 떨기만 한다. 동네 사람들이 나와 미치광이가 멀쩡한 제 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삼엄한 두려움이 하늘에서 내리 덮히는 것 같았다.

부디 여기를 떠나 주십시오. ‘부정한 저희는 거룩한 분 앞에 설 수가 없습니다라고 동네 사람들은 예수에게 떠나기를 청했다.

지금 한국이란 나라는 군대 귀신에게 잡혔다. 사람들이 밧줄로 묶고 쇠고랑을 채우려 해도 아예 접근할 길조차 없다. 그는 무덤 속에서 마왕 노릇에 신바람이 났다.

그래서 그와 통하는 뭣들이 있다면 그건 돼지 떼일지도 모른다. “탐욕의 꿀돼지 말이다. “밖에 모르는 돈벌이꾼이다. 이건 어떤 개인일 수도 있고, 어떤 기업일 수도 있고 떼거리로 뭉친 다국적 기업체일 수도 있고 그런 따위 국가일 수도 있다.

군대 귀신이 인간에게서 몰려나면 다국적 기업체 속에 옮겨 앉는다. “대장사장이 된다. 이건 모두 군대가 모두 귀신들린군대란 말이 아니다. 어떤 인간이 군대식으로 미치면 그렇게 된다는 말이다. 군대는 힘의 덩어리기 때문에 미쳐도 군대식으로 미치면 더 곤란하다.

기업인들이 지지하는 군대 귀신인 경우에는 쫓겨나도 그들이 준비한 갈아탈 안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귀신은 극성스레 뱃장을 부린다.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 앞에서는 쫓겨났자 별 수 없다. 그래서 갈아탈 안장을 돼지 속에라도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 동네 인간들에게 오륙천 명 군단 단위의 귀신이 덮친다면 나중 형편이 그전보다 더 나쁠 것이기에 예수는 차선을 허락한 것이 아닐까? 궤변일지 몰라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쫓아냈자 별 수 없다. “별 수 없으면 또 갈지”, “그러는 동안에 나아진다.” 그게 민주주의의 장점이란다. 민주주의는 자라는 생명이다.


[각주]

  1. 뽄새 본새(어떤 행동이나 버릇 따위의 됨됨이)
  2. 등상(藤床) - 등의 줄기로 만든 걸상
  3. 움찍거리다 조금씩 크고 세게 자꾸 들썩이거나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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