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제5권] (54) 북미유기 제7년(1980년) - 풍림(楓林)을 찾아서
10월 8일(수) - 박재훈 박사가 단풍구경 가자고 Weston에 들렀다. 위선 무수케키 고원지대로 해서 죠지앤 베이를 돌 예정이다.
1박 2일 “코오스”다.
이번 탐승은 일즉지도 늦지도 않은 적기(適期)다. “알공킨”을 쉴새없이 달려 “킬뻐아” 쪽으로 건너 헌트빌 모텔에서 하루 밤을 지냈다.
만산홍엽이 작고 큰 호수에 옷기슭을 적신다.
진짜 빨간 단풍나무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도 심심찮게 섞여서 황금숲과 푸른 송림에 어울려 창조주의 위대한 화폭을 그린다.
헌트빌 모텔에서 잤다.
10월 9일(목) - 나는 지난 밤 산들이 숨 쉬는 싸늘한 입김에 한 잠도 못 잤다. 그래도 탐승객의 긍지는 높았다.
오늘은 페리싸운드에 간다. 관광선에 올라, 3만섬 고요한 내해를 돈다.
전라도 다도해를 누비는 기분이다. 섬의 단풍은 아직 채 익지 않았다.
황혼이 짙어간다. 페리싸운드 항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토론토로 달린다.
이제부터는 구경도 아무 것도 아니다. 달리는 것이 전부다. 토론토 시내에 들어왔다.
8:00PM이다. 식당에서 잠깐 요기하고 9:30PM에 Weston에 나를 내려놓고 박 박사는 자기 Apt.로 갔다.
“홍포”와 “황금실 맨틀”은 자연의 최후 영광이었다.
겨울이 오면 집착 없이 제단에 바치는 성자(聖者)의 속복(俗服)이었다.
박재훈 박사가 베푼 “자연”의 “향연”은 영광스러우면서도 무상(無常)에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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