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 수요일

[범용기 제5권] (121) 요꼬하마에 - 권력자와 “야인”

[범용기 제5] (121) 요꼬하마에 - 권력자와 야인

 

임군과 백성, 독재자와 국민, 장교와 사병, 대통령과 선거권자 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두 대립 계층은 엄연히 있어왔고 금후에도 있을 것이다. 힘을 과시하려는 사람들과 그 힘을 제약하려는 사람들은 대립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불법하게든, 정당하게든, 한번 권세 맛본 사람은 권력욕에 자기를 묻는다.

중국에 어느 성군(聖君)[1]이 지혜롭고 어질고 덕 있는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그 후보자를 찾고 있었다. 어느 치벽한 산꼴에 숨어사는 허유라는 분이 욕심 없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그 뜻을 전했다. ‘허유는 더러운 말 들었다고 말없이 맑은 시냇물에 귀를 씻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사람, 대통령이 될뻔 했던 사람, 의례 대통령이 됐을 텐데 그 특권을 총 칼든 군인부대에게 날치기 당한 사람, 언젠가는 기어코 한번 대통령이 되보려는 사람 등등이 한국 정계에 호시탐탐기회를 노리고 있다. 당연하고 대견한 일이다. 김대중 씨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러나 세월이 바로되어 김대중 씨가 민주적인 새 정당을 조직하고 그 당수가 되어 대통령 입후보까지 한다하더라도 그 표밭이 그분 일색일 것으로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본국에도 대통령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한 둘 만이 아닐 것이고, 그 중에는 평소에 대통령 감으로 정치와 행정면에 일가를 이룬 정치인도 있을 것이고 자기 정치 신념 때문에 감옥살이 한 분들도 한두 분이 아니다. 그런 이들이 난립(?)할 경우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학생표, 군대표, 교인표 등등의 표밭 정글도 여기저기로 분열될 것이다.

장공이 이런 말 하는 것은 그 어느 분의 대통령격을 긁어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잇살 먹은 교직자로서, 또는 성서적으로 본다면 하늘의 말씀을 대언할 의무를 맡은 자로서 의 진실은 지켜야 하겠기 때문이다.

김대중 선생이 워싱턴에 오던 날, “장공83세의 몸으로 워싱턴 공항에 갔다. 어느 때엔가는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는 요량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기 양심을 지켜 두, 세 번 죽을게 살아났다는 그 고난의 인간을 존경해서였던 것이다.

그날 밤 같은 호텔 옆방에 들었었기에 밤늦게까지 정치담아닌 고난의 종으로서 진담을 얼마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아침 새벽에 토론토로 날아왔다. 그이와는 어제 밤에 작별인사까지 해 두었기 때문에 더 번거롭게 굴지 않았다. 그 후에 그가 어떤 일들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늙은이의 알 바도 아니겠고 알 길도 별로 없다.

어느 친구의 덕분에 그의 31절 기념 N.Y. 강연 광경을 오우디오 비전으로 청문한 일이 있을 뿐이다. 그의 종교적 신앙과 신학은 건전했고 정치적 신념도 확고해서 믿음직스러웠다.

옛날 이스라엘에는 정치, 경제, 종교, 문화, 생활양식 등 모든 생활부문에서 드러난 악, 숨은 악을 파내고 쪼개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민간인이 있었다. 그들은 예언자라 했다. 어떤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서 그들을 질책하고 충고하고 심판하고 그 미래를 선고한다. 요새로서는 자유롭고 진실한 언론인이 그 부류의 한가닥을 계승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교회의 성직자가 그 본류를 계승한다.

나는 대통령과 성직자란 과제를 다시 생각한다. 예수께서 8복을 말씀하실 때, 기독자의 수난은 이라고 말씀하시고 너희들보다 먼저 왔던 예언자들을 이같이 핍박했느니라.” 그 말씀으로 크리스찬이 예언자 계열에 속했음을 명시하셨다. 김대중 씨도 예언자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의 본직이 정치니 만큼, 그는 정치적 예언자라 하겠다. “예언자는 하나님의 대언자다. ‘대통령또는 대통령 될 사람, 되려는 사람이라 해서 귀하신 몸”, “높으신 이라고 함부로 치켜 올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직위위신자기 과시”(Self aggrandization)와를 혼돈하지 않는다.

김대중 씨가 미국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그 이미지 따운이 따를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하루 속히 귀국해서 국민 민주화운동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종시 때가 안오며는 대통령직위 같은 것은 아예 잊어버려도 좋다. 자유한국의 역사 속에 한 알의 밀을 심고 가도 영광이겠지만, 그것이 썩은 밀알이 아니라면 반드시 재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동안에 해외민주인사, 특히 민통관계 사람들이 어떻게 그의 구명운동에 애썼다는 것, 북미주 민주단체들이 어떻게 민주전선 통일을 위해 산고를 겪었다는 것, “민통“UM”이 단일전선을 형성하기까지에 어떻게 좁은 문을 드나들었다는 것쯤은 알아줘야 할 것이고 그 동안에 자기 관계에서 수고했다는데 대하여 말로망정 감사한다는 인사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가 도착 성명에서, 리건 대통령, 에드워드ㆍ케네디 등에 대한 감사를 표명할 때에 해외민주 단체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도 위로 또는 격려의 말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점잖지 못한 줄 알면서도 적어둔다.

다시 말하거니와 성직자에게는 거룩한 프라이드가 있다. 그리스도는 헤롯왕을 여우”(Fox)라고 공언했다. 빌라도 총독 앞에서는 침묵으로 무시해 버렸다. 높은 자리를 노리는 사람일수록 周公(주공)의 겸허가 요청된다.

[1982. 12. 24]

 

[각주]

  1. 중국의 요임금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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