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 수요일

[범용기 제5권] (125) 輓章文記(만장문기) - 첫 머리에

[범용기 제5] (125) 輓章文記(만장문기) - 첫 머리에

 

長空”(장공)의 나이는 서력과 같이 간다. 금년이 1983이라면, “장공의 나이도 83세일 것이다. 83세라면 그리 젊은 나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늙은이 재세할 생각도 없다.

오래 살면 욕 먹는다”(壽則多辱)이라고 한다. “이 많다는 것은 남에게, 또 자손에게 욕 먹는다는 뜻 보다도 나이 순서대로 가지 못하고 젊은 세대를 앞세운다는 것이 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내 자녀, 친척, 친구, 동지, 후배들 중에는 나보다 먼저 간 이가 적지 않다. Necrology[1]로 말한다면 그들이 나의 선배다. 나의 북미주 생활 10년 동안에 다시 못보고 보낸 분들이 많다. 나는 그들이 내게 보낸 마감 편지들을 들춰 읽는다. 나를 생각하던 그들의 순정 담긴 절필”(絶筆)[2]들이다.

나는 그들이 이미 떠나갔다는 것 때문에 편지 보낼 생각도 떠나고 이제는 그런 생각 자체마저 망각의 심연에 침전됐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떠나갔을까? 그들이 이제는 무존재일까?

한 옛날 나의 소년 시절에 읽은 메테르링그푸른새[3]를 연상한다. 세상 떠난 그들은 이 세상에서 떠났지만, 이 세상 생각만 한다. 그립고 외롭다.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생각해 주는 순간, 그 기쁜 소식이 직각적으로 그들 마음에 울려온다. 그래서 그들은 부디 우리를 잊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 길이 막혔다. 이 세상에서의 망각이 그 입구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Keyman[4]은 이 세상 인간이다.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고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인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마감편지를 읽으며 이제사 회답을 쓰는 것이다.

 

[각주]

  1. Necrology - 사망자 명단, 사망 고시, 사망 기사
  2. 절필(絶筆) - 그 사람의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쓴 글이나 글씨
  3. 메테르링크의 파랑새를 말함
  4. Keyman - 주요인물, 중심인물,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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