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3일 수요일

[범용기 제1권] (108) 조선신학원 발족 - 혜원 졸업과 입학

혜원 졸업과 입학

 

혜원은 동덕소학교에서 줄곧 일번이었고 반장이었다. 졸업반 때 교무주임은 나더러 동덕여고에 보내라고 권했다. 같은 재단 소속이기에 일등한 졸업생을 학교장 취천[1]만으로 무시험 입학시키는 특권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화에 보내기로 마음먹고 있었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혜원의 담임선생은 점심때 막걸리 마시는 버릇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후 시간에는 술냄새 풍기며 때로는 비틀거리며 교단에 오른다는 것이었다. 혜원은 그게 몹시 못마땅했던지 반장으로서 반을 대표해 선생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선생은 아이들 앞에서 선생을 모욕했다고 교장에게 혜원을 고발했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졸업식날 아침에 2아이가 1으로 발표되고 혜원은 2이 되었다. 혜원은 분하다고 울었다. 나도 분노했다. 6년을 줄곧 1번으로 일관했고 졸업시험에도 마찬가지라고 교무주임이 내게 말한 것이 엊그제였는데 오늘 와서 갑자기 아이들 성적을 바꾸어치는 교육자가 어디 있나 싶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교무주임에게 따져보았다. 그는 몹시 죄송하다면서 사실은 동덕여고에서 얻은 무시험 입학특권을 살려야 할텐데 혜원은 기어코 이화로 보내신다니 그 애를 일번으로 추천했답니다한다. 그리고 혜원에게는 설립자 특별상을 주고 답사도 혜원에게 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이화에 시험치던 날 나도 가서 밖에서 기다렸다. 소설가 이광수도 와서 언덕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학부형이란 차별 없이 천대받는 계급이라고 느꼈다.

발표하는 날에도 갔다. 혜원의 번호도 나붙어 있었다. 혜원이 좋아하는 것과 내가 기뻐하는 것 월계관 받는 마라톤 선수의 기쁨이랄까? 이광수 딸도 붙었다고 한다.


[각주]

  1. 취천 - ‘추천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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