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3일 수요일

[범용기 제1권] (87) 간도 3년 - 집사고 다시 살림

집사고 다시 살림

 

나는 삼백 평짜리 대지를 널판장으로 돌려막은 작은 초가집 한 채를 사기로 했다. 지은 지 얼마 안되는 탄탄한 집이었다. 삼백 원 내라고 한다. 내게 그런 돈이 있을 리 없다. 창꼴집에 가서 교섭했지만 신통한 대답이 없다. 형님은 땅을 팔고 집을 팔더라도 그것만은 해야 한다고 거의 몸부림치듯 애달아한다. 나는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아버님과 형님이 삼백 원을 보내주셨다. 여기저기 빗주었던 것도 회수하고 무척 애쓰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매도증서 부동산 이전등기 등 절차가 끝나고 내 이름의 문패가 문기둥에 붙었다.

은진학교 선생들이 총출동해서 새 벽지로 벽과 천정을 도배하고 장판까지 새로 발랐다. 모두 자진 출역이다.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땔 나무도 제재소에서 헐값으로 실어다 가려놓고 톱밥도 한두 마차 갖다 쌓았다.

나는 식구 데리러 창꼴집으로 갔다. 며칠 부모님 슬하에서 지내고 이민같이 고향을 떠났다. 이제부터 용정 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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