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102)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그의 “하야” - 그 후의 함태영

그 후의 함태영

 

민주당 정권 때에도 함태영은 서소문 밖 부통령 관저에 그대로 있었다. 그 집은 적산인데 일제 때 일본인 서울시장이 지은 저택이었다 한다.

 

한신관계에서도 김재준이 학장으로 함태영이 이사장으로 낙착[1]됐다. ‘한신에서는 여전히 그를 존경으로 대했다.

 

그에게도 스츄록이 왔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회복이 소망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차츰 의식이 돌아왔다.

그러나 반신불수였고 언어도 부자유했다. 말더듬이 같은 불분명한 음향의 불연속선이었다. 그래도 듣노라면 그 뜻이 대략 짐작이 간다. 그러나 정신은 아주 정정했고 70년 전 평리원 재직 중의 직원들 이름과 누가 어디서 어떤 사건으로 제소했던 것, 그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던 것 등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한문에 자유로웠다. 한문으로 쓰여진 이조실록 50여권을 다 읽었다. 공부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나는 내 서재에 있는 한문대계에서 몇 권을 갖다 드렸다.

그 책을 다 읽기 전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의 기억의 스크린에는 한말의 비공개 비사가 정리 안된 고깐처럼 퇴적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불수 되기 오래 전부터 그 구전(口傳)을 기록에 남기려고 자주 말씀드렸다. “남길 값어치 없는 얘기를 뭐 그러겠소?” 하고 그는 늘 겸손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반드시 그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안 돼서 언어가 막혔다.

일은 생각날 적에 해 치워야 하는데, 벼르다가 기회를 놓쳤다.


[각주]

  1. 낙착(落着) - 일이 어떻게 하기로 최종적으로 결말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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