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2권] (121) 5ㆍ16 군사반란 1961 - 신문의 날

신문의 날

 

신문의 날[1]이란 것이 제정되어 제1[2] 신문이 날에는 동아일보사에서 강원룡 목사의 기념강연이 있었다.[3] 나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신문인들의 말에 의하면 감명이 컸다고 전해졌다. 동아일보에서는 크게 취급되었다.

 

그 다음해 신문의 날에는 나에게 강연 부탁이 왔다. 나는 시간에 맞춰 갔다. 사람들은 다 모여 기다린다. 그런데 내 강연보다 먼저 박 대통령의 연설이 있다는 것이었다. ‘대독이 아닌 자독’(?)이라니 기다릴 밖에 없었다. 기대리기에[4] 지쳐서 사회자와 연사는 강단에 올라앉으라고 한다. 단상에서 또 반시간 이상 기다렸던 것 같다.

결국 가마잡잡한[5] 작은 체구의 박 씨가 어깨를 재면서 낭하[6]에 나타난다.

주최자 측에서는 모두 단에서 내려 낭하에서 모셔 들인다. 들어와 단상에 나타난다. 그러나 나는 내 자리에 시종 앉아 있었다. 기립도 안했다. 그는 자기 할 말을 마치고 나간다. 또 따라들 나간다. 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내 강연 순서 때에나 일어난 셈이다.[7]

거기 모인 청중은 대부분이 신문기자들일 것인데 내 태도에 분개한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한국의 신문은 주어진 재료의 보도만이 아니다. 소위 경세의 목탁[8]이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이 자유와 정의를 위한 횃불이나 목탁이 될 수 없다면 한국 민족은 암흑 속에 비참할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기자예언자구실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말에 대한 반응은 측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덕분에 고재욱[9], 홍종인, 오종식[10] 등 신문계 원로들과 알게 되었다.


[각주]

  1. 신문의 날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창간일(189647)을 기념하고 독립신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로 195747일 창립된 한국신문편집인협회(초대 회장 이관구)가 정한 것이다.
  2. 당시 신문 기사(동아일보, 경향신문)를 살펴보면 정황상 1964년 제8회 신문의 날 행사를 말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1957년에 신문의날이 제정되었다면 제1회부터 4회까지는 이승만 정권하에서 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3. 동아일보, 경향신문의 196446일자 기사를 참고하면 신문의 공정이라는 주제로 제8회 신문의 날 행사가 있었으며, ‘신문의 공정이라는 제목으로 강원용 목사가 강연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4. 기대리다 - ‘기다리다의 방언
  5. 가마잡잡하다 약같 짙게 가무스름하다. 규범 표기는 가무잡잡하다이다.
  6. 낭하(廊下) - 건물 내부의 긴 통로
  7. 동아일보, 경향신문의 196546일자 기사를 참고하면 신문의 성실을 목표로 내건 제9회 신문의 날(1965)에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는 기사가 있다. 이날 김재준 목사는 신문의 성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8. 목탁경세(木鐸警世) - 목탁은 세상을 깨우는 소리라는 말
  9. 고재욱(高在旭, 1903~1976) - 호는 심강(心崗). 전남 담양 춠니. 서울에서 중앙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아자부중학교, 야마가타고등학교를 거쳐 경도제국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였다(1931). 1931년부터 동아일보에서 활동하였으나 1940년 동아일보 폐간으로 고향으로 돌아간다. 광복 후 동아일보가 복간되면서 다시 언론 활동에 종사하였다. 1961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 회장, 1965년 국제신문협회 한국위원장이 되었으며 동아일보 사장이 되었다. 1971년 동아일보사 회장이 되었고 1975년 명예회장이 되었다. 김성수의 처조카로 1966년에 인촌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10. 오종식(吳宗植, 1906~1976) - 호는 석천(昔泉). 부산 출생. 동래공립보통학교와 동래사립고등보통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의 도요대학 전문학부 문화학과를 졸업하였다. 광복 이후 민주일보, 민중일보를 거쳐 경향신문, 서울신문, 평화신문, 한국일보등의 주필을 지냈으며 1060년 서울신문사 사장, 1962년 부산 국제신보사 사장, 1966년 한국신문연구소 소장과 한국방송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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