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B29
우리는 어디 우리 교회당 안에 신학원을 옮길 수 있을까 싶어 우선 승동교회에 가 봤지만, 딴 데서 빌리기로 했다면서 거절한다. 새문안교회당을 보았지만 교실로 매일 쓸 고장은 없었다. 나는 한참 앞마당에서 서성거렸다.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려온다. 모두 숨으라는 것이다. 숨을 자리도 없고 해서 나는 여전히 앞마당을 거닌다. 하늘 높이 B29가 큰 고래처럼, 날개도 없이 간다. 뒤에는 천사의 옷자락인양 흰구름이 늘여졌다. ‘일군’들의 고사포 소리가 딱총 같이 따닥거린다. B29는 성층권[1]을 가는데 일본군 고사포는 삼각산보다 조금 높을까한 공중에서 터진다.
나는 이상하게 흐뭇해졌다.
“승부는 이미 끝난 지 오래구나!”
저기서 내리 퍼붓는 폭탄 속에서 일본도를 뽑아 냄새 맡는다고 별수 있겠나 싶었다.
신학원을 옮길 우리 교회당은 찾지 못했다. 그런대로 정동 일본기독교 회당에 눌러 앉을 수밖에 없었다.
[각주]
- 성층권(成層圈) - 지구의 대기에서, 대류권과 중간권 사이에 있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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