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5일 금요일

[범용기 제2권] (14) 해방 직전 “일제”의 발악상 - 처음 보는 B29

처음 보는 B29

 

우리는 어디 우리 교회당 안에 신학원을 옮길 수 있을까 싶어 우선 승동교회에 가 봤지만, 딴 데서 빌리기로 했다면서 거절한다. 새문안교회당을 보았지만 교실로 매일 쓸 고장은 없었다. 나는 한참 앞마당에서 서성거렸다.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려온다. 모두 숨으라는 것이다. 숨을 자리도 없고 해서 나는 여전히 앞마당을 거닌다. 하늘 높이 B29가 큰 고래처럼, 날개도 없이 간다. 뒤에는 천사의 옷자락인양 흰구름이 늘여졌다. ‘일군들의 고사포 소리가 딱총 같이 따닥거린다. B29는 성층권[1]을 가는데 일본군 고사포는 삼각산보다 조금 높을까한 공중에서 터진다.

나는 이상하게 흐뭇해졌다.

승부는 이미 끝난 지 오래구나!”

저기서 내리 퍼붓는 폭탄 속에서 일본도를 뽑아 냄새 맡는다고 별수 있겠나 싶었다.

신학원을 옮길 우리 교회당은 찾지 못했다. 그런대로 정동 일본기독교 회당에 눌러 앉을 수밖에 없었다.


[각주]

  1. 성층권(成層圈) - 지구의 대기에서, 대류권과 중간권 사이에 있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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