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5일 금요일

[범용기 제2권] (15) 해방 직전 “일제”의 발악상 - 왕릉의 소나무

왕릉의 소나무

 

국유림이든 사유림이든, 굵직한 나무는 모조리 벤다.

마감판에는 이태조[1] 이하 아홉 능묘가 한 구내에 모셔진 동구릉[2]의 몇 백 년 자란 소나무를 마구 깎아먹는다.

 

그 무렵에 일본 군함은 거의 다 침몰되고 동남아에 남은 일병들에게 수송할 군용선이 전멸됐다. 일본에는 배 만들 도 없고 기름도 없다. 목선을 만들어 수송하자는 것이란다. 그래서 동구릉의 소나무도 일제에게 살해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발악[3]이오 작전이 아니다. 일제의 항복은 열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들의 최후 발악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식구는 도농 이춘우[4] 집에 옮겼다. 거기서 815 해방의 날을 마지했다.[5]

 

그동안 조선신학원은 폭풍의 격랑[6] 속에서 한 잎 낙엽 같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침몰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가 같이 타고 계셨기 때문이라 믿는다.

그러면서도 해방될 때까지에 3회에 걸쳐 졸업생을 냈다.


[각주]

  1. 태조 이성계 - 조선의 첫 임금. 탁월한 무장으로 고려 말에는 왜구의 침입을 물리치는 등 크게 활약했다. 위화도 회군을 계기로 개혁파 사류(改革派士類)와 함께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1392년에 왕위에 올라 그 이듬해에는 조선을 세웠다. 1398년 다섯째 아들인 방원이 정변을 일으키자, 왕위를 정종에게 물려주고 상왕(上王)이 되었으며, 태종 즉위 후에는 태상왕(太上王)이 되었다.
  2. 동구릉(東九陵) -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아홉 능. 조선 태조의 건원릉, 문종과 현덕 왕후의 현릉, 선조와 의인 왕후 및 계비 인목 왕후의 목릉, 인조 비 장렬 왕후의 휘릉, 현종과 명성 왕후의 숭릉, 경종 비 단의 왕후의 혜릉, 영조와 계비 정순 왕후의 원릉, 문조와 신정 왕후의 수릉, 헌종과 효현 왕후 및 계비 효정 왕후의 경릉을 이른다.
  3. 발악(發惡) - 앞뒤를 분별하여 따지지 않고 모질게 기를 쓰거나 소리를 지름
  4. 조선신학교 3회 졸업.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피란학교를 세워 학교 위기 극복에 공헌(송탄중부교회 원로장로)
  5. 맞이했다의 오기인 듯
  6. 격랑(激浪) - 매우 높고 거센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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