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의 수난
6ㆍ25 동란 중, 만우는 집안에서 정양[1]하고 있었다. 몸은 여전히 부자유스러웠다. 모두들 피난 갔는데도 혼자 남아 있다. 시골 사는 성남교회 교인과 한신 동문들 중에는 자기 시골에 모셔가려고 마차까지 끌고 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이제 이 ‘쩡크’[2]가 다 된 몸을 끌고 어디로 간단 말이요? 창피해서도 그 일은 못하겠소”, “성의는 고마우나 나는 이 고장에 내 운명을 못 박았소!” 하더란다.
그러다가 위에서 잠간[3] 언급한 바와 같이 도동파출소에 연행된 대로 ‘친미, 종교광’이라는 조서와 함께 종로경찰서에 넘겨졌다. 종로경찰서장은 ‘만우’를 보자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한다.
“아니 송 박사님이 어째서 여기 오시게 됐습니까? 파출소 놈들이 어른을 몰라보고 그런 외람된 짓을 저질렀습니다그려! 시장하실텐데 식사나 하시고 곧 댁으로 돌아가십시오!” 하더란다.
나흘만엔가 ‘만우’는 나왔다. 어찌나 지쳤던지 걸을 수가 없어서 지팽이[4] 집고 겨우 한발자욱씩 옮긴다. 그것도 안 되어 땅에 앉아 기다시피 했다. 도동까지 세 시간도 더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풀려나온 ‘만우’의 얘기 한 구절 – 도동파출소 유치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콩나물처럼 서서 밤을 새웠다고 했다. 발붙일 바닥이 없어서 공중에 떠 있었다고 한다.
집에서는 정성껏 사식을 들였다. 그러나 ‘만우’는 그걸 먹을 수가 없어서 깔끔이 노나주었다[5]는 것이다. 길가다 잡힌 사람, 어디선가 슬그머니 끌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집에서는 행방을 모르니 사식 들일 수도 없고, 그래서 사흘 나흘 굶어 늘어진 사람들 앞에서 나만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각주]
- 정양(靜養) -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킴
- junk : 쓸모없는 물건, 폐물, 쓰레기
- 잠간(暫間) - ‘잠깐’(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의 비표준어
- 지팽이 – 지팡이(걸을 때나 서 있을 때 몸을 의지하기 위하여 짚는 막대기)의 비표준어
- 노나주다 – 몫을 지어서 갈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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