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8일 월요일

[범용기 제2권] (41) 부산 피란 3년 - 남부민동에

남부민동에

 

동대신동 집주인이 방을 비워달란다.

청산학원 일 년 선배인 권남선 목사가, 나와 우리 식구를 남부민동 자기 교회당 목사 사택에 옮겨준다. ‘마루지만, 이부자리 덕분에 떨지는 않는다. 우리 식구뿐이니까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다.

음료수가 문제다. 원래가 높은 산 중턱에 억지로 매달린 동네라서 수도관은 한두 군데 밖에 박혀 있지 않다. 피난민으로서 수돗물 먹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공동우물이 하나 있다. 수질은 맑고 차서 좋다. 그러나 물동이 행렬이 장사진을 쳤으니 우물물이 물동이에 담길 때까지는 한나절 걸린다.

뒷산 꼭대기에 약수터가 있다. 신자와 아내는 가파른 오솔길을 기어올라 물통이나 동이에 약수를 퍼 넣는다. 그 작업은 쉽기도 하고 시간도 덜 걸린다. 그러나 넘치는 물동이를 정수리에 이고 가파른 오솔길을 더듬어 내려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공동우물에 나가 토백이[1] 부인들로부터 욕먹는 것보다는 맘 편하다고 한다.


[각주]

  1. 토백이 - ‘토박이’(대대로 그 땅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사람)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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