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학원 다시 열고
물론 전필순과 윤인구에게서 회답이 올리는 없다. 우리는 다시 새로된 이사회를 열고 실무진을 짰다.
이 사 장 : 함태영
설 립 자 : 김영철
이사회서기 : 김재준
이 사 : 주로 서울노회 원로급 목사님들
학 원 장 : 김재준 등등
나는 “해봅시다” 하고 학원장직을 승낙했다.
곧 김천교회 ‘만우’형에게 알렸다. ‘만우’의 회답은 분격에 넘치는 나무람이었다.
“설립자는 누구고 이사장은 누구고 원장은 누구였더냐? 모두 서울교계의 중진이 아니었더냐? 신학원을 혁신교단에 끌고 간 것은 누구고 그 동조자는 누구였더냐? 모두 서울노회원이 아니냐? 그런데 이때까지 한마디 말없이 내버려 뒀다가 이제 다 죽은 송장을 ‘장공’더러 건사[1]하란 말이냐? 신학원은 벌써 총독부 배속[2]에 들어갔지 않느냐? ‘장공’이 그걸 맡는다면 ‘호박 쓰고 돼지 굴에 들어가는 것’[3]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맡아버렸으니 이제 와서 ‘번의’[4]할 수도 없고, 어려울 때 하느님이 도우실 것으로 믿는다….”고 회답했다.
어쨌든, 이런 충고는 ‘참 친구’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나는 흐뭇해졌다.
그래서 일본 기독교 정동교회당에 옮겨, 해방될 때까지 거기서 가르쳤다.
연분관계로 끝까지 윤인구와 같이 있던 경상도 출신 학생들도 추후[5]해서 돌아왔다.
[각주]
- 건사 – 물건을 잘 거두어 보호함
- 배속(配屬) - 사람을 어떤 단체나 집단 등에 배치하여 속하게 함
- ‘호박 쓰고 돼지 굴로 들어간다’ - 돼지가 좋아하는 호박을 쓰고 돼지 굴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자기 스스로 멸망의 길로 뛰어드는 경우에 비겨 이르는 말
- 번의(翻意) - 전에 가졌던 생각이나 마음을 뒤집음
- 추후(追後) - 일이 지난 그 얼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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