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 목요일

[낙수] 落穗集(낙수집) - 間島點景(간도점경)

間島點景(간도점경)


장공김재준저작전집(5)한국신학대학출판부, 1971, 5, 39~40.
김재준전집(18)한신대학출판부, 1992, 1, 123~124.

 

벌써 1年前(년전) 처음 豆滿江(두만강)을 건너 滿洲(만주)에 이르다. 車內(차내)()잡은 兵丁(병정)朝鮮(조선)서는 못보던 現象(현상)이다. 그러나 처다 보아도 氣魄(기백)이 없어 무시무시한 ()을 주지 않는 것만은 多幸(다행)이랄까. ()에는 고단한 몸에 마음조차 풀려서 꿈나라에 逍遙(소요)하는 이도 있다.

 

어허 저 兵丁(병사) 어인일고

()잡고 입벌리고 춤흘려 옷 적시네.

두어라 王道樂土(왕도락토)[1]니 맘놓은 들 어떠리.

 

여기가 龍井(용정)이래서 나려 驛門(역문)을 나오니 馬車(마차)를 타라고 자심히[2] ()한다. 캄캄한 밤거리를 달리는 幌馬車(황마차)[3]搖鈴(요령)[4]소리가 異國風情(이국풍정)을 자아내어 길손의 마음을 애처럽게 군다.

 

幌馬車(황마차) 지렁지렁 말굽소리 시산하이

캄캄한 밤거리를 마음없이 달리노라.

동무여 流浪人生(유랑인생)이어니 어듸간들 못살리.


어느덧 늦인 가을이 회리바람처럼 지나버리고 눈보래 치는 겨울이 닥처오다. 한번 나린 눈은 깔축[5]없이 왼 겨우내 땅우를 덮고 있다. 집들은 등을 꼬부리고 눈속에 파무치여 마치 큰 무덤을 보는 것 같다. 모도다 ()집인 까닭이다.

 

눈속에 一點黃色(일점황색) 무덤인가 하였더니

굴둑에 연기나니 집일세 分明(분명)하이

그래도 내결레[6] 저기 있다니 찾어보고 가리라.

 

봄에 꽃동산 여름에 綠陰(녹음)은 예나 제나 一般(일반)이다. 그러나 가을이 되여 沃野千理(옥야천리)[7]穀浪(곡랑)이 물결칠때면 아 진실로 滿洲(만주)는 우리 살 땅이다하고 故土(고토)에 돌아온 기쁨을 느끼지 않는 이 없을 것이다.

 

萬頃(만경)[8] 곡식바다 한울가에 물결치니

물려주신 先塋基業(선영기업) 훌륭도 하옵건만

어찌타 다 팔아먹고 半島(반도)산골 기여든고.

 

땅이 기름진데 祖上(조상)네 살던 데라. 우리네의 再移住(재이주)란 반가운 일이지만 才勝德薄(재승덕박)[9]하여 欺瞞(기만)不敬虔(불경건)이 이땅을 더럽히니 이대로만 나간다면 ()死亡(사망)賤待(천대)가 또 다시 우리를 붙잡을 것이다. 嗚呼(오호)라 뜻있는 靑年(청년)은 지금에 힘과 정성을 기우려 그리스도와 그 救贖愛(구속애)()하지 않겠는가? 동리동리마다 祭壇(제단)을 쌓고 勞働(노동)禮拜(예배)平和(평화)의 동산을 가꾸지 않으려나?

 

기름진 이 땅 흙이 거륵도 하옵건만

피흘려 적신 것만 千秋(천추)()이온저

동무여 흰옷 흰마음에 손마자 희게 씻고

가는 곳곳마다 聖壇(성단)을 세우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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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王道樂土(왕도락토) - 1932년 일제가 괴뢰국가로 세운 만주국의 건국이념, 만주족, 몽골족, 한족, 일본인, 조선인 등 서로 다른 5개 민족의 화합 국가를 만든다는 것이다(五族協和 王道樂土).
  2. 자심히 점점 더 심하게
  3. 幌馬車(황마차) - 비바람, 먼지, 햇볕 등을 막기 위하여 포장을 친 마차, 작은 수레에 포장을 치고 간단한 음식이나 술을 파는 음식점
  4. 搖鈴(요령) - 방울을 흔들어 나는 소리
  5. 깔축 조금 모자람
  6. 결레 - ‘겨레의 방언
  7. 沃野千理(옥야천리) - 끝없이 넓은 기름진 들판
  8. 萬頃(만경) - 아주 넓은 지면이나 수면, ‘()’은 면적의 단위로 밭 100이랑을 말한다.
  9. 才勝德薄(재승덕박) - 재주는 있으나 덕이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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