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 목요일

[낙수] 學窓餘祿(학창여록) - 俗物(속물)

俗物(속물)

 

장공김재준저작전집(5)한국신학대학출판부, 1971, 5, 13~14.
김재준전집(18)한신대학출판부, 1992, 1, 92~93.


고린도전서 910절로 15절까지를 읽어 가노라면 敎役者(교역자)生活費(생활비)에 대한 이야기가 씨여있다. 곡식을 심은 사람은 秋收(추수)할 것을 期待(기대)하고 일하는 것이니 신령한 곡식 뿌리는 敎役者(교역자)肉身(육신)糧食(양식)을 여간 얻은 것쯤이야 무어 잘못이 있겠느냐. 그러기에 聖殿(성전) 일하는 사람은 聖殿(성전)으로 말미암아 먹는 것이오 ()단 섬기는 ()()단과 함께 난호는 것이니 이와 같이 福音傳(복음전)하는 사람도 福音(복음)으로 말미암아 肉身(육신)生活(생활)을 하여 갈 수 있어야 할 것이 定理(정리)[1]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이 當然(당연)權利(권리)를 써보질 않은 사람이오 또 이런 말 쓰는 것이 내가 무슨 먹을 것이라도 달라는 뜻인가는 생각지 말라고 바울은 그 立場(입장)을 밝히였다. 그리고 한() 語調(어조)를 가다듬어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卑陋(비루)[2]한 마음으로 내 이 자랑을 헛된 데 돌릴소냐! 하고 웨치였다. 寧死(영사)언정[3] 敎役者(교역자)로서 卑陋(비루)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될 말이냐? 하는 것이 바울의 高潔(고결)心情(심정)이였다.

大體(대체) 敎役者(교역자)란 것은 하나님의 使者(사자). 使者(사자)란 말은 안겔로스() 天使(천사)라는 말이다. 天使(천사)라면 우리는 대번에 脫俗(탈속)이란 것을 聯想(연상)하게 된다. ()心情(심정) 俗臭(속취)[4] 紛紛(분분)[5]한 사람은 ()敎役者(교역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俗臭(속취)를 피우는 그것이 그대로 그의 卑陋性(비루성)發顯(발현)인 까닭이다.

(속된)된 냄새() 第一(제일) 먼저 들 것은 金錢(금전)()未鍊(미련)이다. 敎役者(교역자)란 치우 가난하니깐 物質生活(물질생활)未嘗不(미상불)[6] 潤澤(윤택)한 편이 못된다. 衣食(의식)問題(문제)이겠지만 子女(자녀) 敎育費(교육비)問題(문제)老後(노후)에 어떻게 지낼 것도 自然(자연)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 때에 斷然(단연) 信仰的(신앙적)으로 邁進(매진)할 것을 잊고 그럭저럭 지내노라면 自己(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그만 土地(토지) 장사도 해보고 싶고 復興査經(부흥사경)謝禮(사례)()하게도 되여 버리는 것이다. 人間(인간)以上(이상) 이런 걱정에 시달리는 것이 거의 當然(당연)한 것이니 만치 同情(동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나 敎役者(교역자)일진대 徹頭徹尾(철두철미) 하나님의 나라와 그 ()()하여서만 邁進(매진)할 것이오 이런 것은 생각할 餘裕(여유)도 없으리만치 神國事業(신국사업)熱中(열중)하는 것이 그 本色(본색)이라는 것만은 須叟(수수)[7]라도 잊어서는 않될 것이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必要(필요)한 것을 손소 責任(책임)저 주시마 하신 約束(약속)履行(이행)하실 것이다.

둘재로는 名譽慾(명예욕)이란 그것이다. 四十以上(40이상)敎役者(교역자)에게 더욱 많은 것이니 그 年歲(연세)가 되면 自然(자연) 어른노릇 하고 싶고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게 되느니만치 地位(지위)()이 나는 것이다. 그러타고 敎役者(교역자)奏任官(주임관)[8]이니 () ()이니 하는 官等(관등)[9]을 바랄 길은 없으니까 自然(자연) 敎會(교회) 機構內(기구내)에서 그 政治的(정치적) 地位(지위)를 바랄 밖에 없이 되는 것이며 구태여 政治的(정치적)이랄 것은 없더라도 有名(유명)하다는 소리쯤은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自然(자연) 總會(총회)에서 무어 되여 보구도 싶고 總會長(총회장)도 바라게 된다. 牧師(목사)로서 總會長(총회장)되는 것이 勿論(물론) 잘못이 아니오 도리어 榮光(영광)인 것이 事實(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낸 자리가 되고 그의 자랑꺼리가 되고 意識的(의식적)으로 光榮(광영)을 느끼며 마치 官爵(관작)을 가지는 것같이 생각하는 때 그는 이카봇(榮光(영광)이 떠남)이 되는 것이며 總會長(총회장)은 그에게 陷穽(함정)이 되고 마는 것이다.

元來(원래) 牧師(목사)에게 자랑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의 信德(신덕)이다. 그의 人格(인격) 內容(내용)構成(구성)信仰(신앙)德行(덕행) 그것이 곧 敎役者(교역자)本質的(본질적) 자랑이다. 이것만 있으면 밖으로 오는 地位(지위)稱讚(칭찬)이니 하는 것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그런데 이것이 없이 저것만 ()하는 敎役者(교역자)가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거 없이 俗物(속물)이며 卑陋(비루)()이다.

셋재로의 俗臭(속취)職業的(직업적)이란 그것이다. 敎役者(교역자)가 처음에는 神靈(신령)感激(감격)에 넘치여 일을 始作(시작)하지만 오래 일하는 동안에는 그것이 그만 職業的(직업적)이 되여서 說敎(설교)職業(직업)이니까 않할 수 없어 그 時間(시간)을 체우는 것, 다른 敎會行事(교회행사)도 그만 그렇게 해야 되겠으니까 하는 것이란 領域(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에서도 精力(정력)旺盛(왕성)한 사람은 自己(자기) 맡은 敎會(교회)旺盛(왕성)하게 할려고 熱中(열중)한다. 크게 活動(활동)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 商店(상점)을 저 사람 商店(상점)보다 더 繁昌(번창)하게 할려는 商人心理(상인심리)와 다를 것이 없다.

結局(결국) 靈魂(영혼) 救援(구원)이란 것보다도 敎人(교인) 爭奪(쟁탈), 福音(복음) 傳播(전파)란 것보다도 敎勢(교세) 擴張(확장)이란 것이 그 中心(중심) 動機(동기)가 된다. 그리하여 事業慾(사업욕)滿足(만족)시키기 ()해서는 信德(신덕)이란 것보다도 權謀術數(권모술수)를 앞세우게 된다. 이것이 敎役者(교역자)墮落(타락)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하여 成功(성공)하면 英雄(영웅)이 될지는 몰라! 허지만 亦是(역시) 俗物(속물)이오 하나님의 使者(사자)는 아니다.

敎役者(교역자)! 特別(특별)히 젊은 敎役者(교역자)들께 再三(재삼) 付託(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은 卑陋(비루)하지 말라! 寧死(영사)언정 卑陋(비루)하지 말라!는 그것이 아닐가 한다.


[각주]

  1. 定理(정리) - 정해져 있는 이치, 정의나 공리에 의하여 이미 진리임이 증명된 명제
  2. 卑陋(비루) - 나지막하고 초라하다, 지위가 낮다, 품행이 저열하다
  3. 寧死(영사)언정 차라리 죽을지언정
  4. 俗臭(속취) - 돈이나 명예 따위에 집착하는 속된 기풍, 세속의 더러운 냄새
  5. 紛紛(분분)하다 많아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여렷이 한데 뒤섞여 어수선하다, 떠들썩하고 뒤숭숭하다.
  6. 未嘗不(미상불) -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게
  7. 須叟(수수) - しゅゆ, 잠시 삽시간
  8. 奏任官(주임관) - 조선시대, 대신이 임금에게 추천하여 임명하던 관직
  9. 官等(관등) - 관리나 벼슬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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