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 목요일

[낙수] 斷想(단상)과 祈願(기원) - 바라보는 마음과 바라는 마음

바라보는 마음과 바라는 마음

 

신학지남163, 1934. 5.
장공김재준저작전집(5)한국신학대학출판부, 1971, 5, 23~24.
김재준전집(18)한신대학출판부, 1992, 1, 104~105.


어느날 如前(여전)히 무거운 氣分(기분)을 가진채 ()밖에 나섰다. 잔듸밭 가에서 한 젊은 동무를 만낫다. 그의 머리칼은 붉은 리본으로 묶였고 그의 눈에는 꿈()이 있었으며 그의 마음에는 노래가 있었다. 그는 말하였다.

웨 걱정 하심니까? 저 한울을 보십시요 깊고 푸른 湖水(호수) 같지 않습니까? 그러고 저 흰구름을 보십시요 水仙花(수선화)같지 않습니까? ()하나 늘 아름다운 것은 한울임니다. 밤 한울을 보십시오 검은 비단에 珠玉(주옥)으로 ()놓은 것 같지 않습니까? 여기서 나와 함께 한울을 처다 보신다면 世上(세상)은 좀더 幸福(행복)스럽게 될 것임니다

하고 웃었다. 나는 여기에서 바라보는 마음의 幸福(행복)을 느끼였다.

北風(북풍)이 몰려 치는 ()가에 떨고 서 있는 버드나무를 붙잡고 南國(남국)의 꿈을 그려본 일이 있다. 겨울! 그것은 그다지 ()다운 節期(절기)가 아니다. 그러나 겨울 속에 감추여 있는 봄과 여름을 透視(투시)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이른바 바라는 마음인가 한다.

눈은 지금 千萬天使(천만천사)의 흰 나래와 같이 솜보다 더 가볍게 잠든 萬相(만상)을 덮어주고 있다. 이 벌거벗고 잠든 나무가 얼마 ()에는 새로운 色彩(색채)로 단장하고 綠陰(녹음)의 장막이 무르녹아 千鳥百禽(천조백금)의 노래터가 될 것을 미리 생각하는 마음! 지금은 굳은 어룸에 막힌 시냇물이 얼마()에는 그 잠을쇠[1]를 끊고 水銀(수은)같이 뛰놀며 흐를 것을 미리 보는 마음!

世界(세계)가 지금은 이렇게도 벌거벗고 ()하고 피묻었으나 얼마()에는 蕃紅花(번홍화)沙漠(사막)을 꾸미고 柏香木(백향목)이 레바론을 덮어 榮光(영광)()를 이 동산에 뫼실 수 있을 것을 미리 보는 마음! 나는 이에서 바라는 마음의 幸福(행복)을 느끼였다. 바라는 [所望(소망)] 마음과 바라보는 [眺望(조망)] 마음은 同氣(동기)()이다. 내 배꼽(()) 만을 내려다 보지 않고 먼 한울을 처다보는 마음, 어려움을 께뚫고 生命(생명)榮譽(영예)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믿음있는 ()의 사는 길이다.

숨어 흐르는 시냇물도 곳을 만나면 萬丈飛瀑(만장비폭)이 되여 땅을 흔드는 것이며 울지 못하고 울지 않던 새도 때를 만나면 鳴將驚人(명장경인)의 큰소리를 치는 것이니 믿고 바라며 기도하고 努力(노력)함이 우리의 할 일일 것이다.


[각주]

  1. 잠을쇠 - ‘자물쇠의 비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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