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2일 금요일

[범용기 제4권] (50) 군인 정치 - Sportsman Ship

Sportsman Ship

 

민주진영에서의 생활양식은 자유하면서 법대로 경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스포츠 정신이라 하겠다. 나라 전체를 요리하는 정치, 경제 등속의 살림에서부터 개인, 가정의 더 좁은 테두리 안에서의 소위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이 스포츠 정신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스포츠에는 규칙 즉 이 있다. 은 만인이 공인하는 규칙이다. “을 어기고 경쟁한 사람은 계획적이거든 아니든, 능력이나 결과 여하를 막론하고 그 경기에서 탈락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출전 정지를 당한다.

경기에는 고장이 있다. “운동장이든지 이든지 그 공인된 장소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경기에는 심판이 있다. “심판은 물론 공인된 법대로 심판하는 것이오, 자기가 제멋대로 만든 법으로 심판할 수는 없으며 그런 법을 만들 수도 없다.

경기에는 수많은 관중이 있다. “구름같이 둘러선 증인”(히브리서 12:1)들이 있다. 추호라도 속일세라 지켜보는 불꽃 눈망울들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박정희와 그의 망령에 잡힌 전두환과 그 도당들은 도 규칙도 없이 깡패를 시켜 자기의 경쟁자로 보이는 군의 고관이나 재야인사들을 폭력으로 잡아 가두고 꽁꽁 묶어놓고 죽이고 해서 숫제 경쟁자가 없게 만든다. 그리고서 자기는 수고스레 뛰지도 않고 앉은 대로 내가 일등이다하며 대통령자리에 거만스레 도사린다. 국회니 국민회의니 하는 고장도 깡패들이 깔고 앉았으니 제물에 깡패대장안방이 되고 말았다.

혹시 경쟁을 한다면 김대중과 맞서야 할 텐데 법대로는 이길 자신이 없으니 김대중은 죽이기로 하고 그의 동지들은 모조리 장기 징역으로 묶어 놓는다.

그래도 재판이란 이름은 붙여놓아야 하겠대서 얼토당토 않는 엉터리 이유서를 날조하여 어느 대학생 하나에게 거짓 증거를 강요했다. 그 학생은 고문에 못 이겨 그러마 했단다.

판검사는 심판관이다. 그들에게 나부랑이[1] 양심이라도 남아 있고 차마 못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어, 모기소리 만큼이라도 앵앵거리며는 불편할까봐, 아예 대법원 판사들을 제 허수아비들로 갈아치웠다고도 한다.

경쟁자로 나설 김대중의 지지 세력이라고 짐작된 전라도 시민들에게 한번 넉살을 먹여 놓는다고 광주에서 평화적으로 데모하는 학생과 시민과 소년 소녀까지 수백 명을 학살했다. 아직 채 죽지 않은 많은 사람들도 결국은 회생 못하고 갈 것이란다.

이제 남은 것은 삼천만 관중의 이다. 사실 그들은 관중이나 참관자차원을 넘은 주권자들이다. 창칼로 덤벼드는 깡패부대에게 주권을 강탈당하고 머리끝에서 억울이 치솟은 국민들이다. 광주시민은 전 국민의 원한을 대변했다. 광주시민이 당한 살육에서 전 국민이 살육당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분노할 줄도 설욕할 생각도 없이 강 건너 화재 보듯 멍하니 얼빠져 있다면 결국에는 악당의 밥이 되어 의 피로 그의 혈관을 돌다가 그와 함께 죽고 썩을 것이 아닐까? 광주시민들은 전두환과 그 패거리들에 대하여 이글이글 타는 눈망울로 똑바로 쏴 보아야 한다. 그들이 물어도 대답 안하고, 보상금을 줘도 받지 않고, 그들이 뭐라 말해도 들은 채 안하고, 이쪽에서 말을 걸지도 않는 무서운 원한의 심연”(아비수, Abyss)을 사이에 두고 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한다면 아무리 불법도당이라도 따끔해서 통증을 느낄 것이 아닐까? 적어도 그 정도의 인간성은 그들에게도 남아 있는 것으로 믿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군인이란 대체로 전쟁에서 영광을 찾는 것이며 총칼로 적을 쏘고 찔러 더 많이 죽인데서 훈장이 늘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정권이 쥐어진다면 그들은 야당가상 적으로 살육할 궁리에 바빠서 합법적인 선의의 경쟁인 스포츠정신에는 생각이 미치지도 않는다. 악한 나무에서 선한 열매 거두기를 기대한다면 그건 우리 자신들의 망상이 아닐까?

어쨌든, 전두환만이 아니라, 모든 정치인들에게 Sportsmanship이 발휘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각주]

  1. 나부랑이 - ‘나부랭이’(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하찮게 여겨 이르는 말)의 비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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